미국의 경제교육은 학생들에게 직장생활과 직업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단순히 개념을 설명하고 원리를 이해시키는 것을 뛰어 넘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인근에 위치한 디바키고등학교. 장래 희망이 의사인 학생들만을 가르치는 특수학교다. 이 곳에 입학하려면 중학교 성적이 우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엄격한 선발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 모두가 수재로 통한다. 흥미로운 점은 졸업후 대부분 의과대학에 진학할 이들에게도 경제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시간은 경제교육을 받도록 커리큘럼이 짜여 있다. 경제교육 시간에서는 의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더라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친다. 오늘 강의는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Success skill)'이다. 강사는 PM부동산그룹 자산관리 이사인 테레사 클레몽이 맡았다. 그녀는 3명의 학생들이 한 팀을 이루도록 자리를 배치했다. "직장 생활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핵심입니다. 팀원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순조롭게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면 승진도 빠르고 회사 생활도 즐겁지요. 역할극을 통해 경험해 보기로 해요."(클레몽) 클레몽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절친한 친구가 회사를 방문했을 때 종업원으로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했다. 두 명은 연극을 진행하고, 나머지 한 명은 관찰자로서 평가를 맡도록 했다. CEO의 친구 역을 맡은 레이첼 홀랜드는 "사무실이 참 깨끗하네요"라며 능청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종업원 역의 디마카초 하이예스는 "사장님께서 깨끗한 걸 좋아하시거든요. 쾌적한 사무 공간과 탁아소 등 복지시설은 우리 회사의 자랑이기도 하죠"라고 답했다. 클레몽은 "제3자를 통해 칭찬을 전해들으면 기분이 더욱 좋죠. 사장님이 자리에 없을 때 그를 칭찬하면 효과는 만점입니다"라고 촌평했다. 이밖에 복사실에서 상급자를 만났을 때 파티장에서 회사 동료 부인과 마주쳤을 때 하급 직원이 공개적으로 자신을 비난했을 경우처럼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이 역할극으로 표현됐다. 교사는 학생들의 즉흥적인 대사를 일일이 체크하고, 나머지 학생들과 함께 분석했다. 클레몽은 "경제 개념을 이해하고 관련 서적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찌보면 경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 교육"이라며 "학창시절 배웠던 이같은 교육이 나중에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조지아주 던우디고등학교 마케팅 시간. 스티브 포텐베리 교사는 학생들에게 종이 한 장씩을 꺼내도록 지시했다. "종이 가운데에 금을 긋고 왼쪽에는 자신의 강점을, 오른쪽에는 단점을 써보세요." "지니는 장점을 뭐라고 적었나요?"(포텐베리) "저는 공짜로 빌리는 걸 잘해요. 토마스한테는 펜을 빌렸고요, 크리스틴한테는 햄버거를 공짜로 얻어 먹었어요."(학생 지니 박) 다소 엉뚱한 대답이 나오자 교실은 이내 시끄러워졌다. "야 그게 무슨 장점이니? 그건 못된 버릇이라고. 이제 '빈대' 생활 그만해"라며 학생들은 모두들 웃었다. 포텐베리는 "지니가 장난삼아 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건 굉장히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어요"라며 수업 분위기를 바꿨다. "지니가 누군가에게나 쉽게 요청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사교성이 좋다는 걸 의미해요.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지요. 사교적인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지요." 교사는 이 장점을 취업과 연결시켰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터뷰를 할 때 자신의 강점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장점을 멋있게 '포장'하는 것이 핵심이지요. 기업에서 제품 마케팅을 하듯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휴스턴(미 텍사스주)=유영석.던우디(미 조지아주)=김미리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