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단일 사업장으론 가장 많은 2백53명이 근골격계 질환에 따른 산재판정을 받았다. 이 회사 노조는 최근 산재예방을 위한 노동강도 완화, 인력 및 작업량 축소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3월 노동조합이 자체 비용으로 조합원 5백70명의 건강검진을 실시한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노조가 산업재해대책 마련을 요구하면서 사장실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도 노조의 요구로 울산공장 근로자 1천3백명과 아산공장 3백70명이 지난달 말까지 근골격계 질환 검진을 마쳤다. 근골격계 질환을 둘러싼 노사마찰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금속노조가 근골격계 질환 방지대책을 올해 임단협의 핵심 공동 요구사항중 하나로 내걸고 이슈화하고 있다. 사업주 처벌 강화 법개정 논란 오는 7월부터는 사업주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의무와 함께 처벌조항을 신설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발효된다. 예방프로그램의 운영과 25kg 이상 중량물의 취급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을 위반하면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재계는 이 법안이 업종 구분없이 전국 1백만여개 중소사업장까지 지나치게 폭넓게 적용될 뿐만 아니라 산재 판정의 기준도 모호하다고 지적, 실행 유보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작업형태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건설 조선산업 등 14개 업종은 근골격계 관련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대기업 하청업체의 임시직과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건강검진이나 산재처리 등 기본적인 의료혜택도 받지 못한다며 개정안은 근로자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다.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기업 대우조선에는 산업안전보건위 근골격계예방위 노동강도조정위 등 근골격계 질환 방지를 목적으로 노사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위원회만도 3개에 이른다. 노조가 추천한 의사가 환자를 상담토록 하고 있으며 요양 후 현장적응을 위한 시범사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10억원을 투자한 재활센터도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해 조선1야드 사업부에 시범적용했던 근골격계 예방 프로그램 'HEMP'를 올해부터 전사업부로 확대했다. 삼성중공업도 조기발견 치료 시스템 구축과 예방활동 전담팀 구성, 사업장내 예방 및 건강증진 기구 설치 등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중이다. 현장인력의 고령화도 한 원인 그러나 이런 대비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신규 인력들이 어려운 작업을 피하면서 3D 작업장이 고령화되고 있다는 것. 업체들은 따라서 단순반복 작업을 산업용 로봇으로 대체해 나가고 있다. 대우조선이 지난해 자동화 및 장비현대화에 투자한 금액은 2천억원에 이른다. 이미 일(一)자형 조립은 로봇이 맡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도장과 곡선형 용접도 로봇에 맡긴다는 계획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생산직 노동자의 경우 생산성이 점차 떨어지고 인력노후화에 따른 신규인력 투입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사업장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한계상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비책에도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근골격계 질환을 협상의 무기로 삼은 만큼 뾰족한 대안은 있을 수 없다"며 "정부가 정확한 실태조사부터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