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카를로스 메넴 아르헨티나 대통령 후보는 그간 대선 승리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1차 투표 개표일인 지난 4월27일 메넴과 그 측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선거운동기간 내내 메넴은 승리를 장담했다. 개표 직전에도 그는 8∼10%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메넴은 24%의 지지를 획득,22%의 표를 얻은 네스토르 키르치너 후보를 간신히 따돌렸다. 이에 따라 메넴과 키르치너는 오는 18일 결선투표를 통해 최후의 승자를 가리게 됐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아르헨티나의 현 분위기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첫째,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민주주의에 대해 여전히 지지를 보내고 있다. 78%라는 높은 투표율이 이를 말해 준다. 투표용지를 공란으로 남겨두는 등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한 층은 3%에 그쳤다. 둘째,후보단일화에 실패했으나,페론주의자인 메넴과 키르치너가 각 1,2위를 차지,아르헨티나 정치에 대한 페론주의의 지배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후보단일화 실패는 전적으로 메넴 후보와 에두아르도 두알데 현 대통령간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두알데 대통령는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밀고 있는 키르치너 후보의 지지표는 절반 이상이 두알데 대통령의 주요 정치적 기반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주변 지역에서 나왔다. 셋째,정치적 변화의 몇가지 조짐들도 나타나고 있다. 1945년 이후 페론당과 함께 양당체제의 한 축을 구성해온 급진정당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2%의 저조한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반면 급진당으로부터 독립해 나온 리카르도 로페즈 무르피 후보와 엘리사 카리오 후보는 각각 16.3%와 14.2%를 얻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결선 투표는 1차 투표와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무엇보다 메넴 후보는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가 집권했던 지난 89년에서 99년 당시의 치적을 내세우며 아르헨티나 경제를 회복시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의 기존 지지층에만 먹혀들 뿐이다. 대다수 아르헨티나인들은 그가 집권 당시 저질렀던 부정부패에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최근 경험한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도 그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키르치너는 메넴보다는 열성적인 지지층은 적지만 반대로 혐오층도 별로 없다. 그는 집권하면 지난해 아르헨티나 경제를 하이퍼인플레 위기로부터 구해낸 로베르토 라바그나 현 경제장관을 유임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카리오 후보도 이미 "메넴을 지지하지 않겠다"며 키르치너에 대한 지지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정책적으로는 메넴이 보수주의자라면 키르치너는 사회민주주의자에 가깝다. 메넴은 집권하더라도 해외채무를 충실히 상환할 것이며 치안 유지를 위해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넴은 대외정책면에서는 친미 성향이 강한 편이다. 반면 키르치너는 해외 채무상환에 대해서는 채무자들과의 협상을 진행해야 하며,남미 공동시장을 되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도 개입주의적인 성격이 짙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누가 승리하더라도 아르헨티나의 새 대통령은 틀림없이 수많은 정치·사회·경제적 난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이 글은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5월 1일자)에 실린 'Adios Menem,hallo kirchne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