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中 휴일경제 '殺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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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사스'는 중국어 '殺死'의 발음과 같다.
우리 말로 '죽인다'는 뜻.사스가 이번에는 중국 정부의 내수부양 정책인 '휴일경제(暇日經濟)'를 겨냥했다.
휴일경제는 휴일에 이루어지는 경제 효과를 일컫는 말.휴일을 늘려 실컷 쉬게 해 줄테니 노동자들은 밖에 나가 관광도 하고,쇼핑도 마음껏 즐기라는 취지다.
중국정부는 춘절(설) 노동절 국경절(10월 1일 건국기념일) 등을 전후해 1주일 정도를 공휴일로 지정해 왔다.
매년 이맘때면 언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휴일경제라는 말이 올해는 쏙 들어갔다.
사스 때문이다.
노동절 대목을 잃어버린 관광지 여행 숙박업계는 울상이다.
노동절 휴가 때 1년 매출액의 약 40%를 올리던 이들에게 사스는 말 그대로 재앙이다.
사스 피해가 가장 심한 베이징이 큰 타격을 받았다.
베이징 국제여행사의 경우 지난 한달간 예약관광객 1만여명이,청년여행사는 7천명이 각각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약 5천만위안(1위안=약1백50원)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내수 부양에 앞장서온 중국 정부가 오히려 국민들의 여행을 자제시키고 있다.
상하이 정부는 여행사에 가급적 타 지역에 단체여행을 보내지 말도록 지시했다.
물론 해외여행도 금지됐다.
또 예약여행객에 대해서는 계약금을 전액 환불토록 했다.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니 운수업계 영업이 성할 리 없다.
난팡(南方)항공은 이번 노동절 매출이 작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울상이다.
호텔 식당 등 관광관련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다.
백화점 등 쇼핑상가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사스 감염을 우려,소비자들이 공공장소 가기를 꺼리면서 판매에 커다란 차질을 빚었다.
특히 주요 백화점들은 정부 당국의 '명령'으로 특판 행사를 취소해야 했다.
상하이 시내 가전 전문매장인 궈메이(國美)의 관계자는 "노동절 특수에 대비해 창고에 물건을 가득 쌓아놓았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재고가 되고 말았다"고 한숨을 지었다.
사스가 중국경제 정책을 흔들어 놓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