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PGA투어에서 왼손잡이 골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마이크 위어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를 포함,시즌 3승을 올리며 이름을 날리자 5일에는 스티브 플레시가 HP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맞장구를 쳤다. 올해 열린 투어 18개 대회중 왼손잡이가 4승을 올렸다. 미 투어 정규멤버 약 1백50명 중 왼손잡이가 4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이다. 필 미켈슨과 마이크 위어가 남은 시즌에 1∼2승을 더 추가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왼손잡이 골퍼들의 투어우승은 6∼7승이 될 전망이다. 왼손잡이 골퍼의 '시조'는 밥 찰스(67·뉴질랜드)다. 찰스는 63년 미 투어 휴스턴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왼손잡이 우승'을 기록했고 그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왼손잡이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이 됐다. 최근 왼손잡이의 대명사로는 미켈슨이 꼽히며 위어가 그 뒤를 잇는 양상이다. 미켈슨은 왼손잡이중 최다인 투어 21승을 기록중이며 위어와 찰스가 6승씩을 올렸다. 미 투어에서 왼손잡이가 거둔 승수는 총 37승이다. 수적으로 열세인 왼손잡이 골퍼들은 주위여건에서도 오른손잡이들에게 불리한 편이다. 골프장비가 대부분 오른손잡이 위주로 제작되며 교습가들도 왼손잡이가 드물다. 어떤 이들은 코스설계가들도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골프코스도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 선수들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골프가 개인 종목이어서 자신의 노력여하에 따라 그 기량이 세계적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다. 테니스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지미 코너스,복싱의 마빈 헤글러·마이클 무어,볼링의 얼 앤서니등도 해당종목에서 정상을 달렸던 왼손잡이들이다. 골프교습가 전욱휴씨는 "왼손잡이는 분석적 능력보다 감성(feel)을 관할하는 오른쪽 뇌가 더 발달해 있다"며 "왼손잡이 골퍼는 그래서 그런지 집중력과 쇼트게임이 강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태어날때 왼손잡이였던 선수가 벤 호건처럼 중도에 오른손잡이로 전환하지 않고 왼손잡이를 고집하는 일이 많은 점도 한 요인이다. 물론 이것은 전체인구의 10%로 추정되는 왼손잡이를 겨냥한 골프장비업체들의 노력과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에도 힘입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