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왕국' 코리아 위상 흔들..영안등 성장 주춤…대만업체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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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모자시장에서 내가 1위'.
세계모자시장의 선두자리를 놓고 영안모자 다다실업 유풍실업등 국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에 대만의 모자업체인 '슈퍼캡'이 중국에 생산기지를 세우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만해도 세계 모자시장은 영안모자 다다실업 유풍실업등 국내 3개업체가 주도했다.
섬유 자수 등의 기술과 원부자재를 바탕으로 이들 업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에 현지생산기지를 구축,일본업체들이 철수한 모자시장에서 품질과 가격경쟁력면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영안모자를 필두로 후발주자인 다다실업과 유풍실업이 뒤를 따르던 국내 업체간 3강구도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영안모자가 지게차 버스산업 등 중장비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틈을 타 다다실업과 유풍실업이 모자매출액에서는 영안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안이 사업다각화를 위해 점차 모자비중을 축소한 데다 80년대까지 영안이 독점했던 국내 수출쿼터가 후발업체들의 해외진출로 사실상 무의미해지면서 그 격차가 좁혀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 3개사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지난해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다다실업의 지난 회계연도(2001년7월∼2002년6월) 매출액은 1천3백55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풍실업은 6백25억원,영안모자는 1백94억원으로 보고됐다.
유풍실업과 영안모자 등은 해외 법인들의 현지매출을 반영하지 못해 국내에 신고된 매출규모만 놓고 선두업체를 판가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협받는 '모자왕국'=세계 모자시장에서 영안모자 다다실업 유풍실업 등 3강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이들 3개 업체의 매출성장세는 완만한 하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대만업체인 슈퍼캡이 중국시장에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세계 모자시장에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슈퍼캡은 대만과 중국에 생산공장을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약 7백억원 정도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다다실업은 주요 바이어들에 대한 공급방식을 OEM에서 ODM(주문자개발생산)으로 전환해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박부일 회장은 "독자 디자인에 중점을 두자 최근 리복 등 주요 바이어들이 전체 주문물량중 70% 정도를 다다측 디자인에서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다실업의 디자인개발인력은 본사인원의 25%인 60여명에 달하고 있다.
유풍실업도 이달 초 미국의 모자경쟁업체에 대해 특허권 침해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장단속에 나서고 있다.
◆최고경영자의 경영전략은 제각각=백성학 영안모자 회장은 '모자황제'로 통한다.
지난 59년 영안모자를 설립해 90년대 초반까지 세계모자시장을 좌지우지해 왔다.
백 회장은 후발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자 세계적 지게차회사인 클라크 머터리얼 핸들링 컴퍼니(CMHC)에 이어 대우버스를 인수하는 등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박부일 다다실업 회장은 지난 74년 무역회사의 샐러리맨 생활을 접고 모자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들어 박 회장도 사업다각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완구 핸드백 캐릭터 등 리스크가 적은 분야에 한정돼 있다.
박 회장이 몇년 전 쌍방울의 인수를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한 일화는 그의 신중하고 조심스런 사업스타일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조병우 유풍실업 회장은 모자산업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외곬수'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자신의 대에서는 모자 외의 다른 분야로는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