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어린이도서관 등 다중 이용 시설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미닫이 자동문) 대다수가 한국산업표준(KS) 안전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소비자원이 서울·경기 지역 19개 다중 이용 시설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 30개를 조사한 결과 30개 모두에서 끼임 방지를 위한 안전 치수가 확보되지 않았거나, 보호구가 설치되지 않았다. 24개(80%)는 움직이는 문과 고정문 프레임 사이 간격이, 22개(73.3%)는 움직이는 문과 바닥 사이 간격이 KS 규격보다 좁았다. 29개(96.7%)는 끼임 방지 보호구가 없었다.끼임 사고뿐만 아니라 충돌 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조사 결과 대상 슬라이딩 도어 30개 중 16개(53.3%)는 KS 규격 범위 내에서 보행자를 감지하지 못했다. KS 규격은 보행자가 움직이는 문과 충돌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문 열림 센서가 1~1.5m 범위에서 보행자와 사물을 감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슬라이딩 도어 관련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의무 설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위해감시 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10월까지 접수된 슬라이딩 도어 관련 안전사고는 244건에 달했다. 피해자의 연령대는 10세 미만이 99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65세 이상이 40건으로 뒤를 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끼임·눌림 사고가 133건(54.5%)으로 가장 많았고 부딪힘·충격 사고가 97건(39.8%)으로 뒤를 이었다.소비자원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슬라이딩 도어 설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KS 규격은 임의 규정으로, 슬라이딩 도어 설치업자가 반드시 준수할 의무는 없다. 유럽연합(EU)은 슬라이딩 도어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 기준
서로를 지탱하는 수백 가닥의 철사가 아슬아슬한 곡선미를 연출한다.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인종차별과 강제수용, 가난 등 역경을 견디고 일어선 조각가 루스 아사와(1926~2013·사진) 작품에 담긴 메시지다.아사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일본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태평양전쟁 중인 1942년 그의 가족이 강제수용소에 구금되며 뿔뿔이 흩어졌다. 구금이 풀린 뒤 블랙마운틴칼리지에 진학해 전위적인 예술가그룹에 합류했다. 여섯 명의 자녀를 낳아 육아와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산업디자인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좌절하던 찰나 그의 ‘철사 조각’이 조명받기 시작했다.공공미술 분야에도 도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 광장에 놓인 인어 조각상이 그의 작품이다. 마지막 공공미술은 캘리포니아주립대 ‘기억의 정원’. 일본계 미국인들이 머문 강제수용소 10곳의 잔해로 조성한 작품이다.오는 4월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그를 기리는 회고전을 연다.안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