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공정경쟁'을 감시하는 '경제심판' 강철규(姜哲圭) 공정거래위원장이 학계와 관계, 시민운동단체를 거치면서 써온 칼럼을 모은 「망할 기업은 망해야 흥할 기업이 흥한다」(따뜻한 손)이 출간됐다. 외환위기 이후 강 위원장이 써온 칼럼과 세미나 발제문 등을 모은 「망할 기업은..」은 참여정부 '시장개혁'의 핵심을 맡고 있는 현직 장관급 인사인 그가 우리 경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아픈 '구석구석'을 가감없이 지적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본업'이나 다름없는 재벌개혁과 관련, 그는 '재벌개혁의 본질'편을 통해 "경쟁시장이 형성되는데 현재의 재벌체제는 장애가 된다. 선단식 경영을 하는 재벌의 지배구조가 반경쟁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재벌체제의 개혁이란 재벌의 지배구조개혁"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아울러 '대기업과 재벌'편에서 "대기업수가 한국보다 훨씬 많고 규모가 큰 미국이나 일본에서 대기업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지 않는데 한국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재벌이기 때문"이라며 대기업과 재벌의 선을 명확하게 긋고 있는 점도 향후 재벌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또 '시장원리에 반하는 10가지 현상'편에서는 퇴출돼야 하나 망하지 않고 때로는 은행에, 때로는 정치권에 로비를 하며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이나 초기에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던 예금부분보장제에도 '사정없이' 공박한다. 특히, 부패방지위원장시절의 경험을 반영한 듯 '땀흘려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이 월평균 200만원 정도인데 불로소득자가 그 몇 배의 소득을 얻고 정치인 혹은 고위공직자가 늘 말하는 떡값이 500만원이나 1천만원에 달하는' 한국사회를 '상대가격체계가 왜곡된 사회'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강 위원장은 최근 책의 출간을 두고 '망할 기업..'이라는 책제목이 다소 과격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데 다소 부담을 갖고 '부드러운 방향'으로 수정을 희망했으나 당초 제목대로 출간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