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내달 17일 전당대회를 열어 '포스트 이회창'을 뽑는다. 한국 정당사상 처음으로 23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선거인단의 경선을 통해 선출될 당 대표는 과반수 이상 의석을 지닌 원내 제1당의 사령탑으로 내년 총선을 진두 지휘하게 된다. 현재 서청원 대표와 강재섭 김덕룡 김형오 이재오 최병렬 의원 등 6명이 출사표를 던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당권주자들은 8일 정부의 5조원 추가경정예산 편성방침에 대해 "물가 인상 및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며 한 목소리로 반대했다. 대신 기업규제 완화 등을 통한 기업살리기에 주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추경편성 안된다=서청원 대표는 "재정 건전성이 크게 나빠진 현 시점에서 효과도 불투명한 재정지출 확대정책은 무책임한 발상"이라며 "정부가 경제정책에 대해 원칙과 비전을 확실하게 제시해 주는 게 급선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섭 의원은 "경기 부양책은 언제 독으로 변할지 모른다"며 "지금은 추경을 논의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했다. 최병렬 김형오 이재오 의원도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김덕룡 의원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 추경까지 편성한다면 부동산 투기나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면서도 "당면한 실업자 구제나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추경을 편성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회복을 위한 대안책도 제시됐다. 강재섭 의원은 "추경 이전에 기업규제 완화 등 시장자율성을 존중해주는 정책을 펴야 할 시기"라고 말했고,김형오 의원은 "노사관계 안정을 통한 투자심리 회복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재오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공적자금 상환 등 앞으로 소요될 예산이 엄청난 만큼 시간을 갖고 지켜보며 종합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 아직 이르다=집단소송제에 도입에 대해 당권주자 전원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즉각 실시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병렬 의원은 "특정 주주의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자칫 기업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재섭 의원은 "주주의 이익과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대표는 "분식회계를 할 수밖에 없는 기업의 환경적 요인을 제거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룡 의원은 소송남발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 요건을 단순히 주주의 숫자가 아니라 일정한 비율의 주식 소유자로 제한하고 △무고로 판명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김형오 의원은 "분식회계 문제는 기업이 스스로 교정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정책=최병렬 의원은 노조의 기업 의사결정 참여나 조세 포괄주의 도입은 찬성하나 기업규제를 대폭 풀어줘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김덕룡 의원은 "25%인 출자총액제한을 현실성있게 인상해 주는 대신에 예외규정을 대폭 축소해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대표는 기업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정치 논의는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