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株 팔아 SK(주) 매집..소버린이 백기사라는 일부 소문 근거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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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의 최대주주로 떠오른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의 백기사라는 소문이나 해외에 숨겨뒀던 SK 자금이 역유입된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은 사실이 아닌 것 같다.
증권업계는 소버린이 SK(주)의 주식을 매집했을 때 동원된 자금은 당시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 아니라 소버린이 보유해온 국민은행 주식을 되팔아 마련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민은행 팔아 SK㈜ 매집
증권업계 관계자는 8일 "소버린으로 추정되는 외국인이 지난 3월말 하루 1백70만주씩 사흘에 걸쳐서 국민은행 주식을 팔았다"며 "소버린은 이때 확보한 현금으로 SK㈜ 주식을 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27일 59만2천주,28일 1백70만5천주,31일 1백69만8천주 등 사흘간 국민은행에 대한 외국인 순매도가 대규모로 이뤄졌다.
이 기간 소버린은 하루 1백70만주씩 모두 5백10만주(1.55%)의 국민은행 주식을 팔았으며 3일간의 평균종가(3만1천5백50원)를 감안하면 1천6백9억원의 매도 대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버린이 자회사인 크레스트증권을 통해 SK㈜를 매집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보다 하루 앞선 지난 3월26일부터.크레스트는 4월2일까지 SK㈜ 주식 8.64%를 사들인 데 이어 4월11일까지 14.99%를 확보했다.
총 매수금액은 국민은행 주식 매도금액과 같은 1천6백98억원이다.
◆백기사 아닌듯
소버린이 자체 자금으로 SK㈜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증권가 일각에서 거론되던 'SK 백기사설(說)'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그동안 증권가에서는 소버린을 둘러싸고 SK의 해외 우호세력이거나 SK의 해외 비자금이 역유입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돌았다.
소버린은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계기로 2001년부터 여러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국민은행 지분을 3% 가량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민은행 주식 1% 이상의 대량 보유자는 9곳.
이 가운데 뱅크오브뉴욕 골드만삭스 ING은행 등 잘 알려진 외국계 금융기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3개 외국계 펀드 가운데 적어도 두 곳은 소버린측일 것으로 추정된다.
◆적대적 M&A 가능성 여전
소버린이 국민은행 주식에서 SK㈜ 주식으로 말을 갈아탄 의도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로 SK㈜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소버린은 △적대적 M&A로 국내 재계 3위인 SK그룹을 통째로 지배하거나 △경영 간섭을 통해 보유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그린메일'을 시도하거나 △지금까지 주장한 것처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주가를 올리고 투자수익을 얻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두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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