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시장이 투기장화되면서 웃돈을 챙길 수 있는 단지에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이른바 '청약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청약쏠림 현상은 지난 7일 1순위 청약이 마감된 서울지역 4차 동시분양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미 알려진 대로 강남구 도곡동 도곡 주공 1차 아파트가 청약쏠림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4차 동시분양에서는 7백7가구 모집에 12만6천95명이 청약했다. 이 가운데 5백87가구(무주택 우선공급분 포함)가 공급된 도곡 주공 1차에만 전체 청약자의 90.2%인 11만3천7백1명이 몰렸다. 특히 도곡 주공 1차 43평형(2가구 모집)은 4천7백95대 1이라는 동시분양 사상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쏠림 현상이 이번에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비록 청약경쟁률은 이번보다 낮았지만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서울에서 진행된 12차례의 동시분양 가운데 청약경쟁률이 높았던 상위 10개 아파트를 뜯어보면 특정지역 및 특정회사 아파트에만 청약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마포구 공덕동,성동구 금호동,서초구 방배·서초동,양천구 목동,강남구 삼성동에서 공급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높았다. 특히 아파트 브랜드보다 입지여건이 청약쏠림을 유도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인지도가 높은 건설회사라도 서울 강북의 비인기지역에선 고전한 경우가 있는 반면 중견업체라도 서울 강남 요지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면 대박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울시내에서 아파트를 지을 만한 땅이 점점 줄어들면서 수익을 맞출 수 있는 인기지역에서 아파트를 공급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반해 청약자들은 대형업체가 짓는 인기지역의 아파트만 찾고 있다. 이 때문에 재건축아파트이면서 대형 건설회사가 공급하는 극소수의 일반분양분 아파트에 청약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다 실수요 목적보다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청약패턴 변화도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고 있는 인기지역 및 인기아파트에만 복권 구입하듯이 청약통장을 사용,쏠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호영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