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산ㆍ학협력 인문학 분야로 넓히자 .. 고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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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 산업체의 산·학연계 교육 프로그램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문제의 심각성은 산·학협력이 전문기술 및 이공계 위주의 자연과학적 산·학협력만이 전부인양 진행되어 오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인문학적 산·학협력의 새로운 길과 대안을 시도적으로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산·학협력에서 산의 개념을 넓혀 고아원,노숙자 숙소,교도소 등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인문학 교양강의를 하면 어떨까.
충분한 대화와 깊은 사색을 통해 논리적 사고와 이해를 고양시키는 이른바 '인문학적 멘토링 교육'은 이들이 재기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이다.
미국 작가 얼 쇼리스는 1995년에 논리학자,예술비평가 등 인문학 교수 전문가들로 구성된 일종의 봉사단체인 '클레멘테 인문학 과정'을 조직해 17세 이상의 노숙자,전과자,마약 복용자 등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쳐 오고 있다.
그럼으로써 대학 진학, 취업 등 직업교육 이상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둘째,기업 CEO(최고경영자)의 경영 철학에 인문학적 산·학협력의 신개념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인문학적 상상력,독창성,윤리적 도덕성,문제해결 능력 등을 두루 갖춘 인재가 요구된다.
기업이 대학의 인문학 교수들과 제휴하여 폭넓은 교육을 시행한다면 산학협력의 일환이 될 뿐만 아니라 이에 걸맞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적 사고와 타협 과정은 상생의 노사 협력관계를 재정립하며 대화와 토론의 기업 문화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대학과 언론매체간 협력을 고려해보자.출판사나 인터넷 매체가 운영하는 각종 잡지나 웹진에 인문학자들이 편집위원 또는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면 인문학 교수의 사회참여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산·학협력은 이제 단선적 기술협력이나 경영지도에서 나아가 복합적 지식에 기반을 두고 추진돼야 한다.
대학,기업,출판 매체와 온라인 매체,더 나아가 언론 매체,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가기관 및 출연 연구소의 연구,기술인력을 화학적으로 융합시킬 수 있는 이른바 '산·학협력 지식정보 클러스터(집적) 네트워크' 구축을 진지하게 고려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적,인문적 지식의 산출과 교육 그리고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와 대학은 대학교육 발전을 위한 재정지원 및 교원 업적 평가에 인문학적 산·학협력 활동을 적극 반영하고 장려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 직속으로 소위 '인문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인문학 학자,문화 학술 시민 단체의 주장이 공식 제기된 가운데 인문학적 산·학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
고재경 배화여대 교수(영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