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세운다는게 뭐예요?'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경영전략이 뭐예요?' 이같은 궁금증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 무어(Moore)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어떻게 풀어내는지 살펴보자. 이 학교는 주변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업이 '레스토랑'이라는 사실에 착안했다. 교사들은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레스토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가르치면서 기업에 대한 개념을 알려준다. 창업을 위한 순서도를 활용한다 이날 수업의 교육보조 재료는 레스토랑을 개업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적어 놓은 '순서도'. 이 순서도에는 '성공을 위한 계단(Steps for Success)'이란 제목을 붙였다. 여기에는 레스토랑의 위치 영업 시간 음식 종류 실내 음악 종업원 채용 식당 이름 등 다양한 결정 사항들을 재미난 그림과 함께 적어 놓았다. 메뉴판도 특이하다. 멕시코 중국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소개하고 실제 가격도 써놓았다. 이날 수업의 강사는 학부모들. 건물관리 회사 비손빌딩머티리얼스의 크레이그 셰러 인사부장이 아들이 속해 있는 학급의 경제교육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셰러는 "레스토랑은 손님들이 많아야 돈을 벌겠지요. 어디에 레스토랑을 차려야 할까요?"라며 운을 뗐다. "학교 옆에다 5층짜리 레스토랑 건물을 세울래요. 친구들이 자주 올 거예요."(학생 브리지트 화이트) "시내 중심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에 음식점을 차리면 쇼핑객들이 몰릴 것 같아요."(학생 케빈 체스넛) 셰러는 창업할 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스토랑 건물을 짓거나 빌리는 데는 처음에 목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음식점과는 차별화된 그 무엇을 제공해야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지요. 친절한 종업원들과 듣기 좋은 실내 음악도 레스토랑 분위기를 꾸미는데 중요한 요소예요."(셰러) "컨트리 뮤직은 중국 식당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나요?"(학생 제니퍼 카르멘) "레게음악 밴드를 초청해 공연도 보고 저녁 식사도 할 수 있는 멕시칸 식당을 차리고 싶어요."(학생 브래드포드 바알) 교사는 학생들의 대답이 모두 옳다고 답했다. 하지만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레스토랑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여러분의 결정에 달려 있어요. 따라서 어떤 선택이라도 여러번 생각하고 고민해야 돼요. 기업 운영이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지요."(셰러) 이제 레스토랑의 이름을 지어 보라고 셰러가 말했다. '앨리스의 컨트리 코너 카페' '텍사스 스테이크 하우스' '올 유 캔 이트(All You Can Eat)'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그냥 버거킹이라고 이름 지으면 안되나요?"(학생 마크 콜론) "유명한 식당 이름을 베껴오면 '상표권'을 빼앗는 것이 되지요. 버거킹은 손님들에게 이름을 널리 알리기 위해 TV 광고 등으로 돈을 많이 써 왔어요. 그런데 누구나가 버거킹이란 상호를 쓸 수 있다면 너무 손해보는게 아닌가요?"(셰러) 기업가가 왜 존경받는가를 가르친다 경제 교사로 참여한 셰러씨가 수업시간 내내 강조한 내용은 '기업 경영에는 엄청난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 채용 식당위치 선정 등 단계별 결정에 따라 레스토랑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강조했다. 돈을 많이 번 기업가들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이유중 하나는 그들이 내린 '현명한 결정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옆자리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모방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휴스턴(미 텍사스주)=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