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는 옛 풍경 속에서 살아 있는 인간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해 온 소설가 김형수가 첫 소설집 '이발소에 두고 온 시'(문학동네)를 펴냈다. 모두 6편의 작품이 담긴 이번 소설집의 주요 무대는 군대와 고향 장터다. '과부촌에 가고 싶다! 하루라도 좋으니 과부촌에서 자고 싶다! 내가 이런 생각을 처음 한 것은 스물한 살 여름이었다'('구름의 파수병·하나' 중)로 시작되는 그의 작품은 일단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당긴다. 어둡고 삭막한 그림으로만 각인돼 있는 군대시절 이미지를 김형수는 요절복통 코믹드라마 한 편으로 바꿔 놓는다. 과부촌은 최전방 근무시절 철책 바로 아래 있다고 '전설처럼' 여겨지던 마을이다. '구름의 파수병·하나'가 과부촌을 둘러싼 철부지 '군바리'들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면 '구름의 파수병·둘'에서는 제대 후 우연히 그 마을을 방문하면서 '과부촌'이 성적 분출의 장소가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여자들만 남을 수밖에 없었던 아픈 역사의 산물임을 드러낸다. 표제작 '이발소에 두고 온 시'는 군대 이야기도 고향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다. 마흔살 생일을 맞은 날 주인공은 뜬금없이 결혼식 주례를 맡아달라는 후배의 부탁으로 담양땅 관방변천을 방문하게 된다. 그 곳은 15년 전 옛 애인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곳이다. 결국 둘은 이발소 안에서 손님과 아줌마 면도사로 맞닥뜨리게 된다. 선배 소설가 송기원은 "단언하건대 요 근래에 이렇듯 소설이라는 공간 속에 매료되어 깊이 빨려들어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