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여파로 중국인들의 생활습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부부간의 대화가 늘어나면서 이혼이 급감하고 면역에 대한 두려움이 확산되면서 수면습관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으로 변했다. 베이징 시사주간지 '신문주간'은 9일 인터넷판에서 사스로 인한 중국사회의 변화상을 소개하고 "인류는 위기를 맞을 때마다 도덕이 크게 향상되곤 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뚜렷한 변화는 이혼소송이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주간에 따르면 베이징시 시청(西城)법원에서 처리하는 이혼소송 건수는 최근 2주일간 주당 40건으로,사스 이전(70여건)의 절반수준으로 격감했다. 사스 감염우려로 술집 가라오케 PC방 등 상당수의 오락유흥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부부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금실이 좋아진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면역력이 강해야 사스에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벽까지 놀다가 늦잠을 자는 '고질적인' 수면습관도 바뀌고 있다. 공산당이 봉건주의 잔재로 일소했던 절이 살아나고 바깥출입을 극도로 꺼리면서 정상출근자가 급감(사스이전의 60%수준)한 것도 사스공포가 몰고온 변화상이다. 신문주간은 개혁·개방 이후 돈벌이에만 매달려온 중국인들이 사스위기를 맞아 남을 배려하는 풍토도 싹트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