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인플레보다 더 나쁜 디플레(경기부진속 물가하락)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주초 미 경제의 디플레 위험을 경고한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8일 디플레 우려를 제기했다. FRB와 ECB는 소비부진과 유가하락,중국의 저가제품 수출확대 등 디플레요인 중 소비부진을 첫번째 요인으로 지목했다. 빔 뒤젠베르크 ECB총재는 이날 금리정책회의 후 "연간 물가상승률을 0~2% 이내에서 유지하려던 인플레 억제 목표치를 2% 초반까지 높이기로 했다"며 "독일 등 유로권에 디플레 위험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CB가 인플레정책을 완화키로 한 것은 출범 5년만에 처음이다. 이에 앞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도 지난 6일 "인플레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반갑지 않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양대 중앙은행인 FRB와 ECB의 책임자가 함께 디플레위험을 경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는 "미국과 독일에 디플레 망령이 고개를 들고 있다"며 미국과 독일경제도 자칫 일본형 장기 디플레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2%이던 핵심물가(에너지 및 식료품가격 제외)상승률이 1.5%로 둔화되는 등 디플레징후가 강하다. 독일은 핵심물가 상승률이 0.7%에 불과한 디플레 일보직전 상태에 있다. 소비위축에 따른 공산품가격 하락이 주요 요인인 디플레는 '소비감소-물가하락-기업생산감소 및 실적악화-감원-소득감소-소비위축'의 경기불황을 몰고온다. FRB와 ECB가 내달에 금리를 내릴 것을 검토하는 나선 것도 디플레불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미 디플레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은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통화량확대 소비세인하 등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