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눈물흘린 손길승 회장.. "SK그룹 일은 모두 내 책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일 오후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SK사태' 관련 결심공판. 손길승 SK그룹 회장이 끝내 눈물을 보였다.
손 회장은 최후진술 도중 수의를 입은 최태원 SK㈜ 회장을 언급하는 장면에서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다.
강단 있기로 소문난 손 회장의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날 피고인석 맨 앞줄에 최 회장과 나란히 앉은 손 회장은 "제가 불민해 이런 결과가 나왔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최 회장의 짤막한 최후진술이 끝난 뒤 약 5분여에 걸쳐 긴 최후진술을 했다.
그는 "SK의 50년 역사중 40여년을 SK와 고락을 함께 하며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최 회장을 비롯한 젊은 경영인들은 이번 사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으며 책임이 있다면 40여년간 SK와 고락을 같이 한 나에게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이어 "부실이 부실을 낳는 것을 보며 술 없이 잠을 이룰 수 없던 적도 많았다"며 "최 회장은 좋은 기업인이 되기 위해 경영수업을 받다가 이렇게 재판을 받게 됐지만 실질적으로 한 일이 거의 없다"면서 최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내가 실무 총책을 맡았기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최 회장은 '사회는 나를 원하고 있고 나는 아직 젊으니 견딜 수 있다'면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옆에서 푸른 옷을 입은 최 회장 모습을 보니 가슴이 미어지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울먹였다.
손 회장이 진술 도중 울먹이자 방청석에 앉아있던 일부 SK 임직원들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감정을 추스른 손 회장은 "SK글로벌은 반드시 살릴 수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이 사람들에게 물을 책임이 있으면 나에게 묻고 이들은 사회에 다시 보내 SK글로벌을 정상화시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간청했다.
이날 법원에는 그동안의 공판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최 회장 부인 노소영씨와 최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SK텔레콤 부사장과 SK 임직원 및 보도진 등 모두 1백50여명이 방청했다.
한편 손 회장은 이날 일관성을 잃은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이전에는 '대주주 지분을 10% 이내로 낮추라'하고 상호출자는 안되므로 순환출자를 허용하더니,국민의 정부 들어서는 '대주주 지분이 낮다'며 출자총액제도를 부활시켰다"고 지적한 뒤 "이를 타개하려다 주식 스와프거래(맞교환)를 했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