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시화호로 가는 길은 덥고 지루했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에 쏟아져 나온 나들이 차량으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초경량항공기 체험비행을 함께 하기로 하고 길을 나선 대학생 류주현씨(23)도 지친 모습이었다. 그러나 곧 분위기 반전.비봉 분기점에서 시화호 개펄로 향하는 국도를 타자 꽃향기 실린 시원한 봄바람이 마음을 달래주었다. 제부도쪽으로 뻥 뚫린 길을 타고 20여분을 더 들어가자 사막같은 개펄위로 장난감 같은 비행기들이 눈에 띈다. 초경량 항공기다. 약간의 긴장감 섞인 설레임으로 류씨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먼저 타시면 안돼요? 비행기가 너무 작아보여요. 혹시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쩌죠?" 식사 내내 불안해하며 투정을 부리는 류씨를 달래 길이가 3m도 안돼 보이는 비행기에 먼저 태웠다. 비행기는 관제탑이나 유도등도 없는 엉성한 활주로를 내달려 가볍게 떠올랐다. 조금 느린 듯하던 비행기는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졌다. 두번째 비행기에 서둘러 올라탔다. 비행기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을 떠났다. 겉보기와는 달리 바람에 흔들리거나 하지 않고 안정감 있게 고도를 잡았다. 시화호 위를 낮게 날자 물이 생각보다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 속의 해초들이 손에 잡힐 것 같더니 어느새 그 말 많던 시화호는 한낱 웅덩이에 지나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방파제 위 차량들의 행렬은 굼벵이마냥 느리게 느껴졌다. 그 뒤로는 방향감각을 잃었다. 사방이 바다요 개펄이며 산이요 들판이었다. 조종석 안으로 사납게 밀려드는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긴장이 풀리면서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비행기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렸다. 비행기의 엔진 소음까지 기분좋게 들렸다. 착륙 후 류씨의 표정을 보니 완전히 바뀌었다. 뜻밖에 신나는 비행체험을 즐겼다는 듯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무서웠냐고요? 천만에요. 교관에게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시속 1백마일(1백60㎞)까지 올려주셨어요. 최고 속도는 훨씬 더 빠르대요. 바람이 세게 불어서 비행기가 흔들릴 때는 솔직히 조금 아찔했는데 아예 날개를 아래위로 흔들면서 곡예 비행까지 해주시니 더 재미있더라고요. 하늘을 나는 느낌이 이렇게 좋을지는 미처 몰랐어요." 음료수를 마시며 신나게 비행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몇몇 그룹들이 더 도착했다. 하얀색과 빨간색의 조그만 비행기들이 속속 떠올랐다. 이 곳 시화호 내 어섬비행장에는 주말이면 1백명 정도의 사람들이 초경량 항공기 비행을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비행 자격증을 따기 위한 학생들에서부터 회사 야유회,가족 나들이 등 방문객들도 다양하다. 돌아오는 길에 류씨의 한마디가 길게 여운을 남겼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우주여행까지 가능한 시대라지만 '직접'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들의 욕구는 좀처럼 채워지기 어렵나봐요."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