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차로 한시간 거리에 있는 게인스빌의 노스홀고등학교. 이 학교 마케팅교실의 바로 코앞에는 5평 남짓한 매점이 있다. 문방구와 학교 기념티셔츠, 군것질 거리를 가득 쌓아놓은 이 가게의 주인은 다름 아닌 학생들. 3학년생 제니퍼가 가게 매니저다. 매점 운영을 총괄한다. 같은 학년의 조시와 오텀이 부회장으로 각각 회계와 관리를 맡고 있다. "제니퍼, 이 학교 티셔츠는 얼마지?" 다음날 벌어질 이웃 학교와의 농구시합을 응원하기 위해 한 선생님이 구내 매점을 찾았다. "12달러예요. 선생님은 운이 좋으세요. 조금만 늦으셨으면 못 사실 뻔했어요." 제니퍼는 돈을 받아 계산대에 넣으면서 "오늘처럼 장사가 잘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빙그레 웃었다. 제니퍼가 가게 매니저를 맡은지는 반 년. 매점 운영을 도맡아 오면서 제니퍼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독특한 마케팅 전략. 기업 경영에서 마케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마케팅 수업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지난 밸런타인데이 때였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목'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아이템을 짜냈어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아이템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택배 서비스'. 풍선과 초콜릿 사탕을 예쁘게 포장한 9달러짜리 패키지 상품을 만들어 배달해 주는 아이템이었다. 예컨대 학생인 브라이언이 와서 "1학년 메기에게 보내주세요"라고 주문하면 점원 학생들이 밸런타인 데이에 메기를 찾아가서 선물을 전달해 줬다. 단 비밀은 절대 보장. 짝사랑하는 이에게 선물을 보낸 친구의 이름은 절대 밝히지 않는다는게 불문율이었다. 결과는 대성공. 무려 50개의 패키지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회계담당 부회장인 조시는 매점 뒤에 딸린 조그만 사무실로 취재진을 데리고 갔다. 컴퓨터를 켜더니 매출관리 프로그램을 보여줬다. 밸런타인 데이가 있는 2월의 매출은 다른 달보다 훨씬 많았다. 재고 물량도 거의 없었다. 상품이 히트를 친 이유를 물었더니 "싼 가격과 특별서비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할인마트에서는 예쁜 초콜릿 하나도 9달러로는 어림없어요. 우리는 예쁜 풍선과 사탕까지 담고도 9달러밖에 안받았어요. 게다가 연인에게 직접 사탕을 건네주는 가게는 학교 주변에는 전혀 없었어요. 일종의 '독점'인 셈이죠." 어떻게 판매가격을 낮출 수 있었을까. 조시는 팜플렛을 들고 나왔다. 도매상과 제품 리스트가 담긴 책자였다. "여기를 보세요. 이 인형은요 근처에 있는 크로거(대형 할인점)에서 사면 15달러예요. 하지만 도매값은 5달러밖에 되지 않아요. 우리는 5달러에 사와서 12달러에 팔아 7달러의 이익을 남겨요. 친구들은 할인점에서보다 3달러 싸게 똑같은 제품을 살 수 있어요. 초콜릿 패키지도 마찬가지죠." 조시는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면서 진열대에 있는 팜플렛 속의 인형을 보여줬다. 우연이었을까. 라벨을 보니 한국 인형업체인 오로라에서 만든 것이었다. '어, 한국 제품이네.' 우리가 반가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아이들은 어느새 '장사꾼'으로 변했다. "이 인형요, 이렇게 떨어뜨리면 소리도 나요. 정말 한국이 인형을 잘 만드나봐요. 기념품으로 하나 사가세요." 아이들 등쌀에 못 이기는 척 우리 일행은 인형과 볼펜 디스켓을 산 뒤 18달러를 지불했다. "경영에 조그만 도움이 되기를 바라요."(취재진) 게인스빌(미 조지아주)=김미리 기자 mi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