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가수 조용필씨 콘서트에 현대백화점 고객 7백명이 초대됐다. 백화점 측이 보낸 13만원짜리 로열석 티켓을 DM(다이렉트 메일)으로 받은 고객들이다. 현대백화점은 자사 카드회원 2백50만명 중 3백50명에게 티켓을 2장씩 보냈다. 전체 카드회원의 0.00014%에 드는 이들의 1인당 연간 구매액은 4천만원에서 수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지난달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 고객 1천명을 초대했다. 백화점들이 극소수 초우량 고객에게 '무한지애(無限之愛)'를 퍼붓고 있다. 조용필 콘서트 티켓 제공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백화점들은 초우량 고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각오로 영업에 임하고 있다. 초우량 고객이란 연간 구매금액이 수천만∼수억원에 달하는 '황제고객'을 말한다. 이들은 숫자는 적지만 백화점 매출과 이익을 좌우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각 점포에서 이런 고객 서너 명씩만 경쟁점으로 이탈해도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 백화점들이 불황기에도 각종 혜택을 주며 이들에게 공을 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개편한 갤러리아백화점은 고객을 일반-우수-VIP-SVIP-SSVIP 등 5단계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초우량 고객인 SVIP와 SSVIP는 올해부터 7개 점포의 점장과 영업기획팀장이 직접 관리한다. 영업기획팀장은 초우량 고객 생일에 과일 바구니,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배달하고 점장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꽃바구니와 선물을 들고 이들을 찾아간다. 갤러리아 관계자는 "압구정동 명품관 초우량 고객들의 연간 구매금액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지방점이라도 SSVIP급이라면 적어도 3천만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는 계열 호텔인 롯데호텔과 웨스틴조선호텔을 초우량 고객 사은 행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호텔에서 '그들만의 행사'로 친밀도를 높이고 있는 것. 롯데 본점은 20일 MVG(Most Valuable Guest) 고객 4백여명을 롯데호텔 2층 크리스탈볼룸으로 초청,'프랑스의 향기가 있는 초대'라는 행사를 벌인다. MVG 고객들은 이날 와인 강좌에 이어 프랑스 전통식으로 준비한 만찬과 샹송 공연을 즐긴다. 불황기인 점을 감안해 '자산관리 세미나'도 곁들여질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자사가 발행하는 고품격 월간지 '퍼스트 레이디'를 받아보는 VIP 고객 1만5천명 중 선착순으로 40명을 선정해 매월 두 차례 조선호텔에서 요리·문화 강좌를 연다. VIP 고객의 연간 구매액은 2천만~3천만원 이상이다. 오는 25일에는 '한방 미용 건강' 강좌를 연다. 신세계는 지난달 말에는 VIP 고객 2천5백명에게 와인 치즈 멸치 등으로 구성한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단순히 구매실적 기준으로 초우량 고객을 선정해 호텔로 초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나 CRM 시스템이 완비되는 하반기부터는 연령 취미 문화생활 등 다양한 기준으로 고객을 나눠 서비스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