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제일주의' '고객감동'이라는 말이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소비자라고 해서 다 같은 소비자는 아니라는 판단이 고객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돈 안되는 고객이 쫓겨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곧 기업들의 디마케팅(demarketing)전략 때문이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기업들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고객을 늘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고객 확보는 오히려 기업에 부담이 되고 이미지에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디마케팅은 각광을 받고 있다. 수익성이 없는 고객을 밀어내고 핵심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즉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과 유통업계에서 디마케팅전략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돈 많은 고객 상위 20%가 이들 업계의 수익 80%를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이들에게는 일반고객과 달리 금리와 제품구매 등에서 현격한 혜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소위 '2대 8원칙'을 적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업체들도 종전엔 회원수를 늘리기에 급급했으나 요즘엔 회원수를 줄이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시스템 증설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인터넷 속도 저하를 막으면서 우량고객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수요를 억제하면서 고급화·차별화를 지향하는 디마케팅은 외국의 명품브랜드 업체들이 다양하게 구사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루이뷔통은 여행객들이 제품을 사면 여권번호를 컴퓨터에 입력해 '특별구매회원'으로 관리하고 있으며,에스메르는 수작업으로 만드는 여성용 핸드백을 주문받아 공급하는 철저한 '주문생산제'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객구조조정'으로도 통칭되는 디마케팅은 자칫 소외되기 쉬운 고객의 불만을 없애기 위해 때때로 'VIP 마케팅'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어쨌든 고객만족을 통한 이익의 극대화는 기업의 최대 목표인데,디마케팅전략은 기존의 수익구조를 재점검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을 끄는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