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 부두 정문앞. 평소 컨테이너를 가득 실은 트레일러가 줄을 잇는 이곳은 벌써 사흘째 물류기능이 전면 마비된 상태다. 지난 10일 오후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 소속 조합원 1천5백여명이 '물류를 멈춰서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수출입화물 유통이 '스톱' 상태.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내 컨테이너화물의 80%를 처리하는 부산항의 마비사태가 계속되면서 한국경제의 생명선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12일까지 정부 등과 협상을 갖되 결렬될 경우 13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컨테이너 대란은 12일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날 오후 부산 신선대 부두 일대 해안도로에는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이 몰고온 25t 대형 트레일러가 1천여대로 늘어나면서 8차선 가운데 6∼7개 차선을 차지, 도로소통까지 사실상 마비됐다. 부두내도 개점휴업 상태다. 11일 처리 물량이 20%대에도 못미친다. 이날 입항한 독일 하파트 로이드사의 선박들은 미국행 환적화물 가운데 30% 이상을 실어나르지 못했다. 트레일러를 구하지 못한 화주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24시간 전에야 미국 세관에 이 화물을 빼고 입항을 통보한 것이다. 하파트 로이드의 국내 대리점을 맡고 있는 박학기 소장은 "현재 부두 야적장에 미리 갖다 놓은 화물만 실어나르고 있다"며 "화주들이 원자내 국내 수송이 안돼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부산항을 이용하는 외국선사들이 대거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 항만으로 옮겨 부산항이 주변항으로 전락하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 조속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선대 부두와 맞붙은 감만부두 운영사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이곳의 세방컨테이너터미널은 외국에서 화물은 반입되고 있으나 국내로 실어내지 못해 컨테이너 하역장 장치율(컨테이너들이 하역장을 차지한 면적비율)이 94%로 사상 최악상태다. 평균 장치율이 80%이면 '포화상태'인데 비추어 지금 부산부두는 기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파업으로 해외에서 들어와 옮겨싣는 컨테이너 물량도 끊겨 지난 10일 부산에서 동남아로 출발한 선박 2척은 당초 예정된 환적 화물중 40% 이상을 싣지 못했다. 특히 운송과 화물하역을 함께 하고 있는 대한통운터미널은 장치율이 1백3%를 넘어서 화물을 움직이는데 지장을 받을 정도다. 성종탁 대한통운 CY(컨테이너야드)팀장은 "80% 정도가 적정한 장치율임을 감안할때 감만부두는 사실상 마비상태인 셈"이라며 "야적장이 없어 있는 화물만 외국선박에 내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재래부두인 부산항 1∼4부두도 화물의 반출입이 막혀 부두내 화물반출입이 거의 중단되다시피하자 일손을 놓은채 파업이 풀리기만을 기대하고 있다. 선사 관계자는 "매일 새벽부터 나와 차를 구하고 있으나 효과가 없다"며 "물류대란이 예상됐는데도 정부가 막지 못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부산=김태현.신경원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