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하루 수출입 차질 4천억..기업피해 눈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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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삼성전자 수원공장.
휴일인 탓에 생산 라인은 쉬고 있지만 물류담당자들은 전원 출근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매일 수 많은 바이어들이 방문하는데 어떻게 비쳐질지 걱정입니다. 해외 거래처들은 벌써부터 물량을 돌리려는 기미가 나타나고 있고…."
박영중 삼성전자 수원지원센터 부장은 화물연대의 파업 소식에 벌써부터 해외 바이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말한다.
삼성전자의 물류를 도맡고 있는 자회사 토로스㈜의 전병륜 상무도 상황 파악에 여념이 없다.
"의왕컨테이너기지(ICD)까지 막히면 비상대책을 세워도 소용이 없지 않겠어요. 운송업체와 화물연대간 협상이 조기에 종료되기만 바랄 뿐입니다."
삼성전자 수원공장은 하루 평균 1백30∼1백50 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개)의 각종 전자제품을 의왕컨테이너기지를 통해 부산으로 실어나르는 국내 최대 수출현장중 하나.
내수용 트럭도 하루 평균 2백50대나 된다.
이 회사는 이미 수원, 광주, 구미공장에서 생산되는 냉장고 청소기 등 백색가전과 영상가전 수출물량 2백48FEU를 출하하지 못했다.
하루 평균 수출차질액은 2백억원 정도.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소속 컨테이너차량 파업으로 사흘째 부산.광양항의 컨테이너 반출입이 마비되면서 수출업체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당장은 공장출하나 선적지연 등 수급악화로 나타나고 있지만 물류중단이 2∼3일 지속될 경우 공장가동까지도 중단해야 할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 화주업체 관계자는 "물류대란도 못막는 정부가 어떻게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외칠 수 있는지 한심스럽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부산항과 광양항이 완전 마비되면 수출입 차질액은 하루 4천억원.
무역협회 관계자는 "부산항은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7%를 담당한 곳"이라며 "파업이 1주일만 계속되더라도 복구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피해금액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 전자 =LG전자는 백색가전을 생산하는 창원공장에서 하루 평균 3백∼4백FEU, 구미공장에서 1백~1백50FEU를 부산 또는 마산항으로 수송했으나 부산항의 반출입 차질로 컨테이너 운송이 끊겼다.
수출 비중이 90%에 달하는 대우일렉트로닉스도 구미공장 물량은 부산항을, 광주물량은 부산항과 광양항을 통해 수출하는데 12일까지 출하할 컨테이너 3백FEU중 절반이 사업장에 묶여 있다.
◆ 타이어 =수출물량의 90%를 부산컨테이너항을 이용하는 한국타이어는 부산항이 전면 봉쇄되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12일부터 부산항에서 빈 컨테이너가 올라오지 않으면 당장 막대한 수출차질이 우려된다"면서 "인천항이나 군산항으로 돌리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호타이어는 수출물량의 80%를 소화하는 광양항 봉쇄로 현재까지 1백50만달러 정도의 물량이 봉쇄해제 조치만을 기다리고 있다.
◆ 자동차 =현대.기아차, GM대우차 등 자동차업계의 경우 전용부두에서 수출이 이뤄지는 만큼 직접 피해는 아직 없다.
하지만 타이어를 비롯한 부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수출물량의 70∼80%가 부산항을 사용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는 반출입이 사흘째 중단되면서 이미 50만달러 정도의 수출차질을 빚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임시변통으로 긴급 수출물량은 항공수송으로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 화학 =생산제품의 50% 이상을 수출하는 화학업계 역시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전남 여천에 공장을 둔 LG화학과 울산에 공장을 둔 SK㈜의 경우 부산.광양항을 통해 오가던 수출입 물량 대부분이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주요 수출품 가운데 액체상태인 모노머계 제품은 원유처럼 파이프를 통해 공장에서 바로 수송선에 실을 수 있지만 고체상태인 폴리머계 제품은 컨테이너로 운반할 수밖에 없어 물류 중단의 '직격탄'을 맞았다.
◆ 제지 =제품수출 및 펄프수입 등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소재 페이퍼코리아(옛 세풍제지)는 지난달 광양항을 통해 타이완과 마카오로 4백40t의 제지를 수출했으나 파업사태로 지난 9일부터 사흘치 수출물량을 선적하지 못하고 있다.
수원=김성택.김병일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