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부산부두 마비 누가 불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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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부두사태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정부와 전국운송하역노조가 타결한 고속도로 화물차량 할인시간대 2시간 연장 등의 부분 합의를 화물연대 부산지부가 조합원 투표로 부결하고 파업을 강행키로 함에 따라 부두마비-수출대란의 우려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정부가 비상수송수단 확보 및 치안유지를 위해 공권력을 투입하는 한편 주동자를 선별 검거키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항만을 정상화시키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정부는 상황에 대한 안일한 인식과 교섭태도, 주먹구구식 협상시스템 등 위기대응체제의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치밀한 사전대응은 커녕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사태파악 때부터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화물연대측이 1년전부터 파업을 경고해왔음에도 불구,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문제가 곪아 터지게 만들었다.
파업에 대처하는 체제도 수준 이하였다.
사태를 해결해야 할 주무부처가 어딘지도 몰라 우왕좌왕하는가 하면 수차례에 걸쳐 국무회의와 관계장관회의를 열었음에도 불구, 뾰족한 대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는 대통령조차 국무회의에서 "과거의 위기대처 시스템은 해체되고 새로운 것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위기상황 대처에서 공백상태"라고 실토했다고 하니 한마디로 한심할 뿐이다.
불법파업 관련자에 대한 대응은 더 문제다.
정부는 불법집단행동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수차례 발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지킨 것이 없다.
최근 열흘간에 이르는 불법 집단행동을 사실상 방치해왔을 뿐 아니라 포항사태와 관련해 불법행위로 고소된 11명에 대해서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등 분명한 불법행동에 대해서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철도노사협상 때의 일방적 노조편들기가 화물연대파업을 불러온 측면이 적지 않다고 본다면 이번 사태가 또다른 불법파업으로 연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법을 위반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데다 요구사항은 거의 다 들어준다면 어느 누군들 과격행동에 나서지 않겠는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선해야겠지만 불법행동은 어디까지나 불법행동이다.
늦기는 했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확실한 위기대응체제를 구축하고 불법행위 주모자는 반드시 색출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