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은 스페어 처리에 성공하거나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다음 프레임에서도 잘 쳐야만 합니다. 최종 목표인 핀만 보고 볼을 굴려서는 고수가 되기 어렵죠.레인 위에 표시된 스폿(Spot)을 정확히 조준해야만 높은 점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볼링이 인생살이에 주는 교훈이죠." 30년 구력의 볼링애호가인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53)의 볼링관이다. 조 총장은 지난 73년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시절 절친한 친구인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에게 이끌려 서울 충무로 코리아볼링센터에서 볼러로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볼이 핀에 부딪히면서)'꽝'하는 소리와 함께 핀이 쓰러지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파괴감을 즐기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죠." 지난 75년 특허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조 총장은 총각 시절엔 매주 3회 이상 볼링장을 찾았던 볼링마니아였다. 1백83㎝의 장신을 이용한 '파워볼링'으로 유명했다. 당시 평균 점수는 1백80점가량이었다. 생애 최고 점수는 2백5점. 조 총장은 84년 서기관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한달에 2∼3회 볼링볼을 잡았다. 집에서 꾸준히 릴리스 연습을 해온 탓에 지금도 평균 점수가 1백50점이 넘는다. 지난해 6월 재단내 볼링대회에서 1백60점을 기록,전체 출전자 40명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조 총장은 혼자서만 볼링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상공부 볼링동호회 회장을 지내면서 공무원사회에서 볼링전도사 역할을 했다. 조 총장 가족들도 모두 볼링화와 볼링볼을 갖고 있을 정도로 볼링을 좋아한다. "볼링은 전신운동입니다. 하다보면 다리와 허리,팔등 모두가 튼튼해지죠.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합니다. 볼링은 자신을 돌아보면서 주변도 살필 수 있는 운동이지요." 이렇게 볼링으로 건강을 다진 조 총장은 강인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그에게 있어 지방간이니 고지혈증 등 성인병 증세는 '남의 일'이다. 지난해 4월21일부터 26일까지 조 총장은 직원들과 함께 호주에서 열린 한·대양주 기술투자상담회에 참석했다. "5박6일동안 시드니와 멜버른을 돌아다니며 각종 행사를 진행하느라 모두 녹초가 됐는데도 끄떡없더군요. 귀국 다음날 조찬 회동에 참석했다는 얘기를 듣고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정우식 산업기술재단 국제협력팀장) 조 총장이 보는 볼링의 다른 매력은 운동과 대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부서별로 열리는 볼링모임에 참석한 뒤 어김없이 근처의 생맥주집을 들른다. "요새 젊은이들은 정말 솔직하고 거침이 없어 마음에 듭니다. 볼링을 치면서 스스럼없이 생맥주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니까요. 제가 젊었을 때만 해도 윗사람하고 볼링장에 가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직원들과 어울리다보면 제 생각도 젊어지는 것 같습니다." 조 총장의 또다른 건강비결은 영화감상.10여년 전부터 주로 일요일을 이용해 아내와 함께 극장에 간다. 하루에 두 편을 본 적도 많다. "아내와 편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중요합니다. 출근 길에 아내의 눈초리가 곱지 않으면 직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를 보기 전후에 식사를 하면서 평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더욱 좋지요."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