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잠재위험 큰 이란 핵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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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 Week 본사 독점전재 ]
러시아 원자력산업이 지난 86년의 체르노빌 원전폭발 사고를 딛고 급성장하고 있다.
국영인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의 민영화 추진을 계기로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국영 프라마톰과 함께 원자력 수출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다는게 목표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동과 중국 인도의 원자력 발전 수요를 챙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 원자력산업이 최근 이란 핵개발 지원 의혹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아톰스트로이엑스포트를 비롯한 러시아 원자력업체들은 지난 96년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부셰르에 이란 유일의 1천메가와트급 원자로를 건설하는 8억달러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미국정부는 이란이 이 원자로를 이용, 비밀리에 핵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제동을 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초 가동에 들어가는 부셰르 원자로와 기술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이 적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미국이 우려하는 이상으로 급진전된 것 같다.
올해초 이란은 이스파한시 북부에 있는 나탄즈에 정교한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설이 완공되는 2005년이면 연간 수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나탄즈 핵농축 시설과 북부의 중수로 시설은 지난해 8월 이란 반체제단체에 의해 그 존재가 알려졌고, 최근 위성정찰 사진으로 확인됐다.
이란 정부까지 시인한 점을 미뤄볼 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이라크전쟁으로 이미 틀어진 미국과 서방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나탄즈 핵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는 가동중인 1백60개를 포함, 1천2백여개 모두 파키스탄이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중국은 우라늄 농축공정에 필수적인 UF6(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 가스를 공급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미국은 이란 핵개발에 협력하지 말 것을 중국 유럽 등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유럽은 미국의 대이란 강경정책에 반대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개혁적인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데 이어 핵개발 프로그램 제재에 나설 경우 유럽이 수긍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
문제는 이란이 농축우라늄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북한이 이미 탈퇴를 선언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월 나탄즈 핵시설을 긴급 방문했으며, 이란 정부에 핵사찰 수용을 설득중이지만 아직 아무런 성과가 없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란 핵사찰 문제를 6월로 예정된 IAEA 이사회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보다 더욱 심각한 잠재적 위험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란 원자력에너지위원장을 지낸 악바르 에테마드는 "이란이 핵무기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노릇"이라면서 "북한의 사례는 핵무기를 보유해야만 국가의 자존심과 발언권을 지닐 수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른 중동지역이 이란 핵무기 개발을 둘러싸고 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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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2일자)에 실린 'The next nuclear power : Iran?'이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
정리=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