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주당이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한 지난 13일 모 대기업 관계자를 만났다. 여러 가지 얘기 끝에 화제는 자연스럽게 '생활경제'로 모아졌다. "요즘 강남 재건축이니 신도시니 해서 시장이 들썩이니까 집주인들이 복덕방에다 내놓은 매물가격을 다시 올리는 일이 많다고 합니다." "재건축이나 신도시 때문이 아닙니다.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려있는데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렸습니다. 거기다 정부는 내년부터는 저금리로 20년짜리 장기대출상품을 판매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집값은 더 오르게 돼 있습니다." "오늘 당.정이 발표한 부동산대책도 그렇고 새 정부의 집값 안정 의지가 강력한데…." "어떤 정부는 안그랬습니까. 집은 빨리 살수록 좋습니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 전략은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났다. 그렇다면 이런 반응에 정부는 적절히 대응하고 있을까. 대화 4∼5시간 전 과천 재정경제부 기자실에서는 당.정이 이날 발표한 부동산 대책을 놓고 질문이 쏟아지고 있었다. "투기지역내 1가구2주택에 특별부과금을 매긴다는데 무슨 얘깁니까." "민주당에서 나온 얘긴데….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안이니까 생각은 해 봐야겠고…. 그런데 사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아는게 없어요. 뭐라 말씀드릴게 없네요." 김광림 차관과 김영용 세제실장이 내려왔는데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한마디로 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특별부과금안에 대해선 '금시초문'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이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에 쫓긴 나머지 아이디어 수준의 방안까지 내놓은 결과였다. 14일엔 근거 없는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설까지 흘러나왔다. 해프닝이 잇따르면서 당.정이 부동산대책에 일관되고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허둥댄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물론 13일 발표된 내용들은 투기지역 확대 등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한 강도 높은 방안들이었다. 그러나 중장기 비전을 결여한 '땜질식 처방'은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상황에 휘둘려 허겁지겁 쏟아내는 마구잡이식 정책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박수진 경제부 정책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