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이 20여년 만에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다. '업종선택'은 옛말이 됐으며 동부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도 취업한파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대학에 불고 있는 취업한파가 얼마나 거센지는 몇 가지 수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 기업들은 지난 2년 동안 대졸자 신규 채용을 36% 줄였다. 대졸자들이 선호하는 컨설팅업체인 엑센추어 및 언스트영의 경우 한때 매년 25명씩을 뽑았으나 올해는 '양사합계' 5명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2000년 7%였던 20∼24세 실업률이 지난 4월 10%(전체실업률 6%)를 돌파했다. 뉴욕타임스는 "올 졸업생들은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탔을 때 입학했다가 20년만에 맞은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졸업하게 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대학가에 불고 있는 취업한파는 계속되는 경기부진의 여파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학가의 '취업풍속도'도 많이 바뀌었다.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이 급증한 게 그 예다. 1990년대 후반부터 감소세를 보여온 대학원 수능시험(GRE)응시자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다. 최근 졸업식을 한 로스캐롤라이나대학의 경우 졸업자의 25%가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이 거의 보장되는 의대 지망생이 7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로스쿨지원자도 올해 10% 이상 늘어났다. 평화봉사단 등을 비롯한 봉사단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취업난이 몰고온 새로운 풍속도다. 뉴욕타임스는 "대학가에서 '업종선택'이란 말이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