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푸둥(浦東)의 동쪽 끝 루차오(蘆潮)항에서 뱃길로 30㎞ 정도 떨어진 양산(洋山)도.불과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어촌이었던 이 섬이 요즘 시끄럽다. 부두 개발을 위한 발파폭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 쇄석(碎石)선 3척이 해안을 누비며 바위를 깨고 있다. 이 섬을 '아·태 지역 허브(hub)항구'로 만들겠다는 게 상하이 시정부의 뜻.계획대로라면 양산도는 오는 2020년 2천2백만TEU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항구로 거듭나게 된다. 부산항의 3배가 넘는 규모다. 루차오와 양산도를 잇게 될 세계 최장의 연륙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중이다. 양산항은 아시아지역 해운업계의 핫이슈다. 이 항구의 등장으로 아·태 지역 해운 물류 흐름이 크게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양산항이 장기적으로 상하이뿐만 아니라 톈진(天津) 다롄(大連) 칭다오(靑島)등 북방 항구의 화물도 흡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곳이 바로 부산항이다. 현재 부산항 환적 화물 중 중국 물량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0%.양산항이 본격 가동한다면 이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양산항은 수심이 낮다는 기존 상하이항의 약점을 극복,태평양과 대서양으로 직항할 수 있는 대형 선박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동북아 허브항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항과 상하이항의 세력판도가 급변하는 것이다. 국내 한 해운업체 관계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소프트웨어'다. 그는 "양(量)적으로는 상하이항에 맞설 수 없을 것"이라며 "통관 노무관계 전산시스템 등과 관련된 소프트웨어 분야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한 발 앞선 관리시스템 우위를 얼마나 지켜갈 수 있을 지에 부산항의 미래가 달렸다는 얘기다. 그가 항만 파업을 우려했던 이유도 '소프트웨어 분야 우위라는 기존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발파 작업으로 밤을 밝히고 있는 상하이 양산항,14일 동안의 파업 홍역을 치른 부산항.21세기 동북아 해운 허브를 꿈꾸고 있는 두 항구는 지금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