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지난 13일과 14일 이틀동안 개최된 '신품질컨벤션'은 6백여명의 참석자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보통의 세미나는 오전에 성황을 이루다가 오후에는 참석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일쑤다. 그런데 이번 행사는 이틀동안 자리를 비운 사람이 없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기업체 최고경영자나 중간간부들이다. 기업 경영에 바쁜 이들이 이틀간 회사를 비우고 꼬박 컨벤션에 참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이 이들을 몰두하게 만들었을까. 1980년대 미국기업은 지금의 한국기업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세계시장에서 일본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밀려 경쟁력은 한없이 추락했다. 경영학자인 에즈라 보겔은 '일본기업이 세계 최고'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일본 기업들은 벌어들인 달러로 맨해튼 등지의 주요 건물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미국인들은 앉아서 '제2의 진주만기습'을 당하고 있었다. 미국은 이대로는 안된다며 국가품질상인 '말콤볼드리지상'을 제정하고 대대적인 품질경영운동을 펼쳤다. 그 결과 9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업체들의 경쟁력은 급속도로 회복돼 또다시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섰다. 경기침체와 중국의 무서운 추격 등 어려운 국내외 경영환경에서 이번 컨벤션 참석자들은 어떻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라는 물음의 해답을 찾는 데 골몰해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경영기법이 출몰했었다. 때로는 현란한,때로는 정교한 경영기법이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수명이 길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경영기법의 패션화 현상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기업인들은 뭔가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수단을 찾고자 했다. 한 중소기업인은 "이번 신품질경영에서 한가지 길을 발견했다"고 기뻐했다. 결론은 역시 품질향상에 있다는 것.다만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단순히 불량과 비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고객과 직원,투자자들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도록 비즈니스 전과정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제야 한국에서도 상업적인 경영혁신운동이 아닌,제대로 된 경영혁신운동이 시작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부 벤처중기팀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