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능력과 모범을 보여야 여성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포스코 공채 여성과장 1호로 승진한 채호진씨(37)는 남성만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자동차용 강판 수출부서에 첫 진출한 '철의 여인'이다. 자동차 강판 수출팀은 잦은 해외 출장과 격무로 그동안 여성 접근불가 부서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그는 악바리 근성으로 일해 금녀의 불문율을 깼다. 그가 자동차강판 수출팀에서 일을 시작한 건 2년 전.90년 대졸 여성공채 1기로 입사한 이후 설비구매 업무를 담당해 오다가 강판수출팀에서 영어실력자를 물색하자 자원했다. 일이 거칠고 제품이 회사 매출에 주요한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팀에서도 처음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일에 관한 한 악바리 근성을 보여 남자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야근이나 밤샘 일을 피하지 않았다. 산업정책연구원(IPS) 뉴욕주립대가 공동 개설한 기술경영석사학위(MSTM)과정에서 학위를 받을 정도로 지식습득을 위해 남 모르는 노력도 기울였다. "일을 위해서는 엔지니어링분야 지식이 필요했습니다." 지난 94년 사내 결혼,8살 난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동기들보다 앞서 승진한 덕분에 한달동안이나 술과 밥을 샀다며 "큰 꿈을 꾸기보다는 남자 못지않게 열심히 일한다는 인정을 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