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희를 맞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영숙 회장(70).여경협을 맡은 지 1년반 째인 그는 나이를 잊어버린 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스케줄을 가뿐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회장이 된 후 몸무게가 무려 8∼9㎏ 빠질 만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이 회장 나이를 감안할 때 다소 무리한 감량이라 할 수 있지만 건강에는 아직까지 별 이상이 없다. 이 회장의 건강 비결은 집을 찾아가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 회장의 집은 북한산이 감싸고 있는 곳으로 조용한 산사같은 느낌을 준다. 정원 한쪽 20여평의 텃밭에는 상추 쑥갓 아욱 깻잎 등이 자라고 있다. 이 회장의 반찬거리다. "채소를 집에서 담근 된장에 찍어 먹으면 저절로 힘이 납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정신없이 돌아다니지만 텃밭에서 나온 신선한 채소가 저의 건강을 지켜주고 있는 셈이죠." 이 회장과 약속을 하고 집을 찾았을 때도 다음날 아침에 가족이 먹을 쑥갓과 아욱을 텃밭에서 캐고 있었다. 그는 직접 수확한 채소를 한아름씩 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나눠 주기도 한다. 그의 채소 건강론은 계속 이어졌다. "이 집을 지은 지 20여년이 됐으니 여기서 수확한 채소로 식단을 꾸민 지도 벌써 20여년이 흘렀네요." 이 회장은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김장김치까지 담근다. 대개 여름배추가 나오는 5월말까지 겨울에 담근 김장김치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식탁 메뉴에 올라온다. 그의 이런 모습은 사업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이 회장은 부산 중심가에 위치한 코모도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이 호텔 한식당에 쓰이는 된장 간장을 직원들과 직접 담근다. 고향인 영덕에서 재배한 순국산콩으로 메주를 쒀 만든다. "음력으로 정월 그믐날에 간장을 담급니다. 양산 통도사에서 깨끗한 물을 떠 와 메주를 띄우지요. 손님들에게 내놓을 음식이므로 더욱 더 정성을 기울입니다." 이 회장은 참기름 짜는 기계와 고추 빻는 기계를 호텔 안에 두고 직접 만들 정도로 먹거리에 신경을 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코모도호텔의 한식당은 음식이 깔끔하고 맛깔스럽다는 평이 나 있다. 그는 독특한 식사 습관을 한 가지 갖고 있다. 식사 때 밥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의 숨은 건강비결이기도 하다. 푸짐한 한정식을 먹더라도 마지막에 나오는 밥은 배가 부르더라도 반드시 다 먹는다. 쌀 한톨도 소중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저는 하루 세끼를 건너뛰지 않고 꼭 챙겨 먹습니다. 아침 시간이 바쁘면 간단하게라도 밥을 먹습니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덕에 지금껏 그나마 아프지않고 버텨온 듯합니다." 이 회장의 며느리도 남편이 아침에 늦으면 출근하면서 차 안에서 먹을 수 있도록 주먹밥을 만들어 준다. 이 회장은 "마음이 상하면 몸이 상하기 쉽다"며 "눈 앞의 이익을 좇지 않고 항상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세로 살아가는 것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