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아울렛-세이브존 '질긴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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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가면 간판만 다를 뿐 모든 게 비슷한 패션 전문 아울렛이 2개 있다.
2001아울렛과 세이브존이다.
판매 품목과 매장 구성이 흡사한 두 점포는 불과 3백m 거리에서 치열한 '고객 쟁탈전'을 벌인다.
법정관리기업 뉴코아 인수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랜드 계열의 2001아울렛과 유레스가 운영하는 세이브존의 '끈질긴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어휴,또 만났습니다.
하느님 뜻에 맡기는 수 밖에요"라는 말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두 회사는 미국계 투자회사들과 손잡고 뉴코아 입찰에 참여했다.
2001아울렛은 메리츠증권과,유레스는 미국계 부동산투자회사 웨스트브룩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양측은 이번 입찰에서 다같이 5천억원대의 인수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져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법원과 뉴코아는 오는 19일께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2001아울렛과 세이브존이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한신코아백화점 인수전에서는 세이브존이 1천3백40억원에 중계점 성남점 등 4개 점포를 사들여 판정승을 거뒀다.
당시 중도에 입찰을 포기했던 2001아울렛은 이번에는 반드시 설욕하겠다며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
패션 아울렛 시장과 유통업체 인수전에서 맞붙고 있는 두 회사는 알고 보면 뿌리가 하나다.
세이브존 용석봉 사장과 그 측근들이 모두 이랜드 출신이다.
용 사장은 지난 91년 이랜드에 입사,94년부터 2001아울렛 점포를 6개나 잇따라 출점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자연스럽게 점포 개발과 패션 유통에 관한 노하우도 체득했다.
용 사장이 평소 "이랜드에서 근무한 경험을 큰 자산으로 생각하며 늘 감사한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는 98년 이랜드 박성수 회장과 갈등으로 직원 몇명을 이끌고 회사를 나왔고 고양시의 부도난 한 상가건물를 인수,세이브존 '화정점'을 열었다.
이후 2000년 울산 모드니백화점,2002년 한신코아백화점(4개점) 등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점포들을 잇따라 인수해 살려놓았다.
지난달엔 부산 리베라백화점도 사들였다.
5천만원의 자본금으로 불과 5년만에 급성장한 세이브존을 바라보는 2001아울렛 임직원들의 심정은 다소 복잡하다.
이랜드 그룹의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 출신들이 성공하는 것이야 좋지만 이랜드에서 배운 노하우로 똑같은 형태의 점포를 출점하고 있으니 어쩐지 떨떠름하다"고 말했다.
2001아룰렛은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자 지난해 구조조정 매물로 나온 킴스클럽 미금점을 4백50억원에 사들여 '알짜 점포'로 탈바꿈시켰고 뉴코아 인수에도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8개 계열사에 20여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고 패션·유통전문 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이랜드와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되려는 세이브존의 앞날은 25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는 뉴코아 인수 여부에 따라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