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교복'입니다." 요즈음 카세일즈 업계에 조용국 기아자동차 신구로지점 주임(35)을 모르면 간첩이다. 검정교복에다 교모에는 고(高)자 대신 큼지막한 기아차 마크를,가슴에는 '기아자동차 조용국'이라는 명찰까지 단 그는 영락없는 학생이다. 조 주임이 검정교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다. 영업현장에서는 물론 아침 출근할 때부터 저녁 퇴근할 때까지 줄곧 교복을 입는다. 지난 겨울에는 코트 한번 걸치지 않고 교복차림으로 영업했다. "1999년말 입사해 온갖 튀는 판매전략을 다 구사해 봤으나 역시 검정교복이 최고예요. 월평균 5대 정도 팔던 실력이 7대로 늘었으니까요." 검정교복을 이용한 판매전략은 일시적인 눈길 잡기용이 아니다. 카세일즈맨으로서의 자존심과 사활을 걸었다. "연평균 60대 판매에 도달하자 도무지 실적이 늘어나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때마침 TV에서 교복을 입은 개그맨이 주목받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지요. 퇴사할 때까지 검정교복 전략으로 일관할 겁니다." 검정교복 효과를 이용한 단기적인 목표로 우선 올해 80∼90대를 판매키로 했다. 지난해 60대를 팔았으니 대단한 신장률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훨씬 야무지다. "현재 기아차에서 판매 1위 영업맨의 경우 한해 3백60대를 팔고 있습니다. 6년후인 2010년께 제가 그 자리를 차지할 작정이에요." 그가 판매하는 차종은 승용차에서부터 RV까지 기아의 전 모델.검정교복 세대인 30∼40대층이 주요 영업타깃이다. 가까운 거리는 검정교복 차림에 접이식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조그만 오토바이에 몸을 실은 채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지나는 그와 마주치면 한번 더 쳐다보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하고자 하면 길이 열린다"는 그는 "세일즈맨을 우습게 보는 사회풍토를 바꾸고,정상에 섰을 때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여름에는 아예 하복마저 맞출 예정이란다. 검정교복 세대중 옛날 책가방이나 양은 도시락을 보관하고 있으면 꼭 연락 달란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