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마감된 웹젠의 공모주 청약에 무려 3조3천억원이 몰리면서 시중 부동자금의 동향이 또다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3백8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은 콜금리 인하를 계기로 더욱 불어날 태세다. 특히 이중 상당 규모는 공모주 청약이나 주상복합건물 등 단기 차익이 기대되는 투자대상을 찾아다니며 우리 경제 곳곳에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경우 경제의 안정기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다. 따라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대상의 발굴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자금 더 늘어나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은행권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2일까지 은행 예금은 4조3천6백2억원 늘었다. 지난 3월 11조9천억원 증가했다가 4월중 5천80억원 감소했었으나 5월 들어 다시 늘고 있는 것.그러나 이중 대부분은 만기 3개월 이하의 단기상품에 집중돼 있다. 반면 콜금리 인하로 기대됐던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이 최근 소폭 늘긴 했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들어온 건 아니다. 카드채 파문으로 지난 3,4월 두달간 25조원이 빠져나간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로도 좀체 돈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달 들어 14일까지 1조3천억원이 유입됐으나 본격적인 'U턴'으로 보긴 어렵다. 투신사 채권형 펀드의 경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주식형엔 별 징후가 없다. ◆투기자금 게릴라식 출몰 최근 자금시장의 특징은 시세차익을 노린 뭉칫돈이 이곳저곳 몰려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에 등록하는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의 최근 공모주 청약에 3조3천억원이 들어온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등록만 되면 공모가(3만2천원)의 3배가 넘는 10만원까지 주가가 오를 것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단기차익을 노린 돈들이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외환은행이 16일부터 본격 판매한 연 8.5%의 하이브리드채권도 하룻동안 1천5백억원이 넘게 팔렸다. 만기가 30년인 사실상 영구채로 상황에 따라선 이자를 못받을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정기예금의 두배가 넘는 고수익 매력 때문에 불티나게 팔렸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투기억제책을 피해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주상복합아파트 청약 등엔 수천억원씩이 몰린다. 삼성물산이 마포에서 16일까지 3일동안 청약받은 트라팰리스에는 최소 2만6천여명이 청약했다. 청약증거금(1천만원)으로만 3천억원 가까이 들어온 것.포스코건설이 이달말 분양하는 건대입구역 부근의 스타시티 사전예약엔 16일현재 3만2천여명이 몰렸다. 이들이 모두 청약하면 증거금(3천만원)으로만 9천6백억원이 들어오는 셈이다. 분양시장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시장에 몰리는 돈까지 감안하면 부동산 시장을 맴도는 돈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금융기능 마비 심각 시중 부동자금의 투기자금화는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 전반에 거품을 형성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자금시장은 난기류의 단계를 넘어 혼돈상태"라며 "이는 금융기능 자체가 마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투자대상에 대한 위험을 정확히 파악해 자금을 배분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상실됐다"며 "시중 자금이 옥석을 구분하지 않고 투기에만 나서 경제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