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경제 수준을 가늠하는 환율은 세계경제와 국내경제를 연결하는 고리다. 국가간의 교역이 증가하고 자본 거래가 늘어날수록 환율의 영향력은 커지게 된다. 특히 5년 전 외환위기는 우리에게 환율의 중요성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통상 환율은 국가간의 경쟁력 차이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환율 변동의 본질적인 요인은 해당 국가의 경제가 어떤 상황이냐 하는 점이다. 때로는 국가간 금리 차이로 환율이 바뀌기도 한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경기 침체는 환율 때문에 더 심해지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의 달러 약세가 그 예다. 기축통화인 달러 약세는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미국으로부터 자금 유출을 자극해 미국경제의 디플레이션 위험도 초래하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의 최대 관건은 달러 환율의 변화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대외 개방도가 높을수록 환율이 경제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환율은 △국내 물가 △대외자본거래 △기업 이익(환차익 또는 환차손) △수출입 증가율 등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과 같은 대외지향 국가는 환율 변동이 경기 방향을 변화시키고 이는 다시 주가 흐름을 좌우한다. 최근처럼 원화가 평가절상(환율 하락)되면 수입 비중이 높은 내수업체들은 그만큼 수입 가격이 떨어져 이익이 늘어난다. 국가적으로는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기여한다. 원화 절상 초기에 외국인은 환차익을 노리고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을 유입시킨다. 반면 원화 가치가 평가절하(환율 상승)되면 수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지만 해외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차손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상장기업 대부분이 수출 중심 기업들이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주가나 경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말로 우수한 기업은 환율 변동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환율 변동에 의한 제품가격 변화는 기술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기업은 가격 조절능력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등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이 그 예다.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에 노출되면서 환율 변동의 영향은 기업간 격차를 벌이고 있는 추세다. 환율이 중대한 고비에 서 있다. 달러화에 연동된 중국의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기축 통화인 달러에 대항하는 강한 유로화가 점차 부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최근 환율 동향은 그간 유지돼온 국제경제질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투자가의 입장에서는 달러와 유로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해 미래를 예측하고 기업의 득실을 따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