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디플레 도미노' 빠지나] 美ㆍ日 등 물가 동반 하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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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에 디플레(물가 하락) 도미노가 우려되고 있다.
이미 디플레 불황에 빠져있는 일본은 물론 전통적으로 인플레(물가 상승)만 염려해온 미국에서조차 물가 하락 기미가 역력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물가 하락 조짐이 강하다.
이에 따라 세계는 '일본-미국-유럽-아시아'로 이어지는 디플레 도미노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는 △소비자들의 물건 구입 연기 △기업들의 실적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경제를 장기 불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디플레가 인플레보다 더 나쁘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에서다.
◆ 미국, 도.소매 물가 동시 하락 =지난 4월 미국의 생산자(도매)물가는 1.9% 급락, 1956년 이후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어 소비자(소매)물가도 이 기간중 0.3% 하락해 19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4월은 이라크전쟁이 끝나 미국에 소비심리가 살아나던 때인데도 이처럼 물가가 떨어짐으로써 디플레 우려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도소매물가 하락은 이라크전 종전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게 주요인이다.
하지만 이 기간에 소매판매가 0.1% 감소하는 등 소비 부진으로 인해 경트럭 등 일부 공업제품 가격이 떨어진 것도 물가 하락을 부추겼다.
따라서 디플레 조짐을 단순히 유가 하락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강하다.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물가상승률이 현저하게 둔화되는 현상이 전개됐다"며 처음으로 디플레 가능성을 경고했다.
◆ 일본, 디플레 악화 =일본 소비자물가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5% 폭락,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1분기 경제가 제로성장에 그친 데다 물가마저 급락해 일본의 디플레 불황 탈출은 더욱 어렵게 됐다.
일본 정부는 작년 말 공무원 및 기업근로자들의 보너스 삭감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어 소비를 억제한 것이 물가 하락의 주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기간 중 이라크전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상으로 크게 올랐으나, 전체 물가는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가가 떨어지고 있는 2분기에는 일본의 디플레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유로존, 물가상승률 둔화 =지난 4월 유로존의 인플레는 연율 2.1%로 한 달 전의 2.4%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전문가들은 올들어 높아지던 인플레가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제로성장한 유로존 경제가 2분기에도 경기부진으로 회생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 1월 2.2%던 유로존 인플레는 지난 3월까지 줄곧 올라갔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