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이 늘어나면서 같은 회사 점포끼리 경쟁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상권이 겹치는 곳에 새 점포가 들어설 경우 타사 점포는 물론 자사 점포 매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쇼핑환경과 주차시설이 더 좋은 새 점포로 일부 고객이 이탈하기 때문이다. 이마트 가양점의 경우 2000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전국 1위를 지켰지만 올해는 왕좌를 은평점에 내줘야 할 처지다. 올 들어 4월까지 매출에서 은평점(7백20억원)이 가양점(7백억원)을 20억원이나 앞질렀다. 두 점포의 순위가 뒤바뀐 데는 지난 1월 말 문을 연 김포공항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포공항점은 개점 이후 강서지역 고객을 일부 흡수하면서 1∼4월 매출이 당초 예상보다 많은 4백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김포공항점이 예상외로 선전하며 가양점 매출을 잠식하는 바람에 1,2등 점포 매출이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개점한 롯데마트 중계점도 차로 15분 거리인 구리점과 미묘한 경쟁관계에 있다. 중계점은 쇼핑환경이나 매장 내 편의시설에서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최고로 꼽힌다. 중계점이 구리점보다 낫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다소 멀더라도 쾌적한 점포를 찾아 나서는 구리와 남양주 거주 고객이 생겨났다. 구리에 사는 주부 김모씨(56)는 "할인점은 모두 구리점 같은줄 알았는데 훨씬 쾌적한 중계점이 생긴 뒤로는 번갈아 방문한다"며 "같은 회사가 운영하는 점포라도 차이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계점은 올 4월까지 4백억원의 매출을 올려 롯데마트 31개 점포 가운데 5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할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회사가 2∼4개 점포를 출점한 지방 대도시로 가면 같은 회사 점포끼리 매출을 갉아먹는 기현상이 더 심하다"며 "같은 회사 할인점 사이에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