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의 약세현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달러 가치가 7주째 하락하고 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19일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 1.0% 급락, 유로당 1.1712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로화가 도입된 직후인 지난 99년 1월7일(유로당 1.1713달러) 이후 4년4개월만에 최저치다. 엔화에 대해서도 전날보다 0.7% 하락, 1백15.20엔에 거래됐다. 지난 2001년 2월7일(1백14.92엔) 이후 2년3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 미, 강한 달러 정책 사실상 포기 미 달러화는 올 들어 유로화 대비 11.6%, 엔화에 대해서는 3.6% 떨어졌으나, 미국 정부는 달러 약세를 방관하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지난 주말 선진 8개국(G8) 재무장관회의 직후 "달러 약세는 '매우 완만하다(very modest)'"고 평가, 달러 약세를 오히려 부추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강한 달러' 정책이 수정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특히 G8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 관련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들이 모두 달러 약세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랑시스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강하고 안정적인 유로화는 경제적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고,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환율에 대해 어떤 새로운 것도 말하지 않기로 재무장관들끼리 합의했다"고 밝혔다. 유로존 금리가 미국에 비해 높아 유로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많은 것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또 다른 이유다. 미국 연방기금금리는 40년만에 최저 수준인 1.25%에 불과한 반면 유로존 기준금리는 2.50%로 두 배에 달한다. 증시 투자자들뿐 아니라 채권 투자자들도 유럽으로 몰려 유로화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 일본 외환시장 개입 나서 외환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및 재정적자가 개선될 조짐이 없고 기업의 수출채산성 개선을 원하는 미국 정부가 상당 기간 달러 약세를 방관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AIG트레이딩그룹의 앤드루 와이스 외환전략가는 "미국 정부는 수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의 한가지 방법으로 달러 약세를 즐기고 있다"며 "달러 가치는 1년 이후 유로당 1.22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 가치는 그러나 엔화에 대해서는 추가 하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인데다 일본 정부가 수출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언제라도 시장개입에 나설 태세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엔화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백15엔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1주일동안 2조엔을 외환시장에 투입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