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의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4% 줄어들고 코스닥 기업들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한다. 10대그룹중 7곳의 순이익규모가 뒷걸음질쳤고 4월중 부도업체 숫자도 27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기업 경영여건이 얼마나 악화됐는지를 선명히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금융권을 제외하면 괜찮은 실적이란 분석도 없지 않지만 1분기 결과는 결코 쉽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특히 상장사 매출액이 전년동기보다 5.5%나 줄었다는 점은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실적 부진엔 경기침체와 함께 이라크전 SK글로벌사태 등의 돌발적 악재가 가세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1분기엔 대내외적으로 이익증대로 연결될 수 있는 요인들도 결코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번 실적은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1분기엔 원화의 대 달러환율이 1천2백원대를 유지해 많은 기업들이 환율혜택을 누렸고 저금리도 지급이자 감소란 형태로 경영에 큰 플러스 요인이 됐다. 게다가 기업들은 신규투자와 인력채용까지 최대한 자제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 경영실적은 최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중엔 유동성이 넘치는데 부도업체가 급증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경기침체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다 앞으로의 경영환경도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국내적으로는 소비심리가 냉각됐을 뿐 아니라 미래의 경제동향을 예측해주는 경기지수 추이도 우울하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 정부기관은 물론 전경련 대한상의 등 민간기관들의 조사결과도 어느 것 하나 경기반전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주5일근무제 증권집단소송제 외국인고용허가제 등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요인들이 첩첩산중으로 대기하고 있고 눈앞에 다가온 춘투시즌엔 두산중공업 철도 화물연대 협상결과의 영향으로 어느 때보다 과격한 노동운동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외적으로도 세계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반도체D램에 대한 고율의 상계관세 예비판정 및 사스 확산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기업들은 악화된 경영환경 때문에 신규투자는커녕 감원 비용절감 등 몸집 줄이기와 살아남기에만 급급하다. 기업환경 개선책이 조속히 나오지 못할 경우 경제가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만큼 지금은 규제완화 등을 통해 경영여건을 개선해주고 기업의욕을 북돋우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