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의 자본잠식 규모가 4조4천억원 수준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같은 손실을 누가 떠안을 것이냐를 놓고 채권단과 SK그룹이 본격적인 기세싸움을 벌이고 있다. 채권단은 SK(주)가 갖고 있는 매출채권 1조5천억원 전액을 출자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SK그룹측은 채권단과 동등 비율로 출자전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 출자전환 규모가 핵심 =현재 SK㈜가 SK글로벌 본사에 대해 갖고 있는 외상매출채권은 1조5천억원이며 반대로 SK글로벌이 SK㈜로부터 받을 매출채권은 3천억∼4천억원이다. 채권단은 SK㈜측에 매출채권 1조5천억원 전액을 출자전환하고 외상매입금 3천억∼4천억원은 현금상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갚아야 할 돈은 현금으로 갚고 받을 돈은 주식으로 투자하라는 얘기다. SK㈜ 입장에서 보면 총 1조8천억원을 부담하라는 요구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거나 청산될 경우 어차피 SK㈜의 매출채권은 전액 탕감될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매출채권을 전부 출자전환해도 크게 손해보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K측은 7천억∼8천억원 이상은 출자전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글로벌이 국내외에 지고 있는 부채 9조9천7백29억원중 SK㈜의 매출채권은 15% 남짓이므로 4조4천억원 자본확충시 최대 출자전환 금액은 7천억∼8천억원이라는 주장이다. SK측은 또 SK글로벌의 영업이익을 2천억원에서 4천억원으로 높여주면 1조4천억원의 지원효과가 있고 여기에 SK㈜가 갖고 있는 SK글로벌 지분 37.9%를 전액 감자당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SK그룹의 실부담액이 2조원 이상이라는 논리도 펴고 있다. ◆ 영업상 지원책은 논란거리 =채권단은 SK측이 주장하는 영업상 지원책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중 현금흐름 개선계획이 제대로 실현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근거에서다. 확실하지도 않은 영업이익 개선책을 믿고 출자전환 규모를 줄이는 것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사지 못해 결국 SK글로벌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SK측은 영업상의 지원이 이뤄지면 채무탕감이나 이자율 감면 등 채권단의 추가 부담 없이도 정상화가 가능한만큼 자신들을 믿고 맡겨주는게 채권단에도 유리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특히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소버린자산운용 등 주주들의 거부감이 큰 반면, 영업상의 지원은 주주이익도 보호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훨씬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 SK그룹 계열사 유동성 압박 =채권단은 1조5천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SK㈜ 등 계열사들의 대출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SK글로벌이 정상화에 실패하면 최대주주이자 거래의존도가 높은 SK㈜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이처럼 전망이 불확실한 기업에는 신규 대출은커녕 기존대출금 만기연장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대신 1조5천억원 출자에 동의할 경우 SK글로벌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져 SK㈜에 대해 은행권에서 자금지원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발했다. 은행권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우량 계열사들까지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은 은행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태웅.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