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PB들의 '부동산이야기'] 부동산으로 바꿔 증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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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어떤 사람들일까.
시중은행들이 1급으로 분류하는 PB고객의 경우 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 소유한 사람들이므로 대부분 베르사체 정장에 페라가모 넥타이를 매고 카르티에 시계를 찼을 것이라는 게 일반인들의 통념이다.
물론 그같은 상상에 잘 들어맞는 고객이 많기는 하지만 전혀 PB고객일 것 같지 않은 사람이 PB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꽤 많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평생 포목장사를 해온 K씨(78)도 언뜻 봐서는 PB고객 같지 않다.
이 할머니는 포목장사로 번 돈을 토지 등 부동산에 투자해 2백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할머니는 최근 한 시중은행 PB인 L씨에게 증여 및 상속과 관련된 상담을 받고 있다.
K할머니가 아들에게 증여할 때 PB L씨가 절세(節稅)를 위해 썼던 방법의 키포인트는 '웬만한 재산은 부동산으로 바꿔 증여하라'는 것이었다.
L씨는 "이미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야 말할 것도 없고 갖고 있는 현금도 부동산으로 전환한 뒤 넘겨주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왜 그럴까.
세금을 결정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이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해 현금으로 바꿔 증여를 할 경우에는 현금 5억원이 과세표준이 돼 7천5백60만원의 증여세가 부과된다.
하지만 이 집을 그대로 자식에게 물려주게 되면 기준시가 2억8천만원이 과세표준이 되면서 3천6백만원의 증여세만 내면 된다.
3천9백60만원의 세금이 절약되는 셈이다.
평생 성실과 근면으로 집안을 일으킨 K할머니.
이 할머니는 땅값이 20억원에 달하는 송파구 방이동 1천여평 규모의 땅을 아들이 졸업한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하면서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현명한 세테크를 했다.
세법상 장학금으로 기부하거나 불우이웃을 돕는 데 쓰는 '아름다운 돈'은 사망 이후 증여의 효력이 발생(사인증여·死因贈與)돼 세금이 붙지 않는다.
할머니의 선택이 자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덕을 쌓은 집에는 복이 찾아오는 법.
언젠가 할머니의 집에 더 큰 복이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