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금융인이며 한국 기아특수강의 경영권을 갖게 될 것으로 알려진 미 철강업체 ISG의 오너이기도 한 윌버 로스(65)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빈사상태의 기업들만을 골라 헐값으로 인수,기업가치를 높인후 되파는 전략으로 월가에서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코카콜라 등 전통 우량주에만 투자해 고수익을 올리는 '가치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과는 대척점에 서 있다. 미 경영잡지 포천은 3개 투자펀드를 통해 3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 중인 로스의 투자전략을 '쓰레기 더미에서 진주캐기'라고 명명했다. 포천의 지적처럼 그는 우량기업 주식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투자대상은 오직 죽어가는 기업들이다. 그의 뉴욕 맨해튼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50여 기업들의 자료가 수북이 쌓여있다. 로스는 이중 자산이 많은 기업을 점 찍는다. 그리고 그 기업이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가면 곧바로 투자에 나선다. 보통 기업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 돈줄이 끊기게 마련이어서 회사주가나 채권값은 바닥이 된다. 이때 헐 값으로 주식이나 사채를 인수,회사를 통째로 사들이는 게 그의 수법이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기업사냥꾼(레이더스)'이라는 닉네임이 붙어있다. 이렇게 해서 그가 투자펀드를 만든 이후 3년간 인수한 기업은 철강업체인 베들레헴 LTV 에이큼,섬유회사 벌링턴,통신업체인 360네트웍스와 그룹텔레콤 등 10여개에 이른다. 특히 그는 유럽투자은행 로스차일드에 근무하던 1998년 외환위기를 겪던 한국의 국채에 투자,거액을 버는 등 한국과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그의 투자는 항상 홈런이다. 최근 되팔아 치운 AAP(송유관업체)와 AES(전력회사)의 투자수익률은 각각 6백57%와 7백87%에 달했다. 그의 투자펀드들이 지난 3년간 올린 수익률은 연평균 50%로 투자수익률이 높다는 헤지펀드업계 평균의 5배다. 그는 로스차일드은행 근무 시절 정크본드(수익률은 높지만 부도위험이 높은 회사채) 투자의 대가로 명성을 날렸던 마이클 밀켄 등과 함께 일하면서 쓰레기 더미에서 보석을 캐내는 안목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