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위협하는 '3각 파도'] '카드사 위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융시장이 '3각 파도'에 휘둘리고 있다.
3백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3백80조원에 달한 부동자금, 3조원이 넘는 카드사의 부실채권 등 3대 악재는 갈수록 그 파고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에서 파생된 악재들이다.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려 돈을 풀다보니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쓴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됐고, 돈을 빌려준 카드사들은 부실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대의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돈들은 단기차익을 찾아 떠돌며 경제 곳곳에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카드사 위기'의 실태와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
'덮어놨던' 카드채 문제가 또 다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4.3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금시장에서 카드채 신규거래가 이뤄지지 않자 이대로 가다간 몇개 카드사가 유동성 위기로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7월 대란설'이 확산되고 있다.
"카드산업의 붕괴는 카드사에 돈을 빌려준 다른 금융사의 부실로 연결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도움으로 일단 내달 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
브리지론을 통해 5조여원의 유동성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7월부터다.
정부 대책은 내달 말까지만 '약발'이 먹히는 응급조치였다.
하반기부터는 카드사 자체 능력으로 자금시장에서 신규로 돈을 빌려야 한다.
카드사들이 올 하반기에 갚아야 할 돈은 약 18조원에 이른다.
카드사들은 증자, 후순위채 발행,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를 처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삼성카드는 상반기 영업 후 남는 2조3천억원의 잉여자금과 5천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 만기채권을 소화하겠다고 밝혔다.
LG카드는 상반기 이월자금 2조8천억원과 하반기 자본확충 6천억원, 자산축소 등 수지개선 2조2천억원, 신규차입 1조6천억원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자본잉여금 4천3백50억원, 1천억원 후순위채 발행, 부실채권 매각 등을 통해 만기채권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먼저 연체율을 낮추고, 이익을 내서 신용도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카드연체율은 3월에 비해 1%포인트 상승한 10.5%(추정치)를 기록했다.
1개월 미만 신규 연체액도 전달에 비해 3천억원 이상 늘어난 2조2천4백69억원에 달했다.
자금차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실 정도가 심각한 일부 카드사는 퇴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량카드사가 부실카드사의 건전 자산과 회원을 인수하면 우량카드사의 수익성은 더 높아질 것이란 논리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금융시장에서 자율적인 카드채 만기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우채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채권안정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대손충당금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삼성카드 유석렬 사장은 "정부가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대폭 강화했지만 너무 엄격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을 다소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