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3각 파도'에 휘둘리고 있다. 3백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 3백80조원에 달한 부동자금, 3조원이 넘는 카드사의 부실채권 등 3대 악재는 갈수록 그 파고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들은 장기간의 경기침체에서 파생된 악재들이다. 경기 진작을 위해 금리를 내려 돈을 풀다보니 마구잡이로 돈을 빌려 쓴 신용불량자들이 양산됐고, 돈을 빌려준 카드사들은 부실에 허덕이게 된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대의 은행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돈들은 단기차익을 찾아 떠돌며 경제 곳곳에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는 '신용불량자 300만'의 실태와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 작년부터 불거진 신용불량자 문제는 올들어서도 한 달에 11만명 이상씩 늘어나면서 증가세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중 신용불량자 수는 경제활동인구(2천2백91만2천명)의 13.5%에 해당된다. 7명중 한 명꼴로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못하는 '금융 전과자'들이란 얘기다. 특히 활발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20대(60만명)와 30대(90만명)의 신용불량자가 1백50만여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게다가 신용불량자 증가는 정상적인 소비계층을 줄여 내수위축을 부채질한다. 내수위축은 다시 경기침체→소득감소→빚 상환능력 축소→신용불량자 양산이란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신용불량자에 관한 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신용불량자 구제를 위해 개인워크아웃제도를 도입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현재 개인워크아웃으로 채무조정이 확정된 신용불량자는 1천8백31명이다. 전체 신용불량자의 0.06%에 불과하다. 제도가 시행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금융회사간 비협조와 길고 까다로운 절차 탓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등 일각에선 개인워크아웃제를 아예 법제화해 금융회사들이 강제적으로 신용불량자 구제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섣불리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겠다고 신용사면을 해주거나 빚을 탕감해 주면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한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불량은 결국 개인의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 도와주기 시작하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신용불량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과거 2차례 단행된 신용사면 때 구제된 신용불량자 중 20% 이상이 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는 금융감독원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 연구위원은 "자신의 소득으로 평생 빚을 못갚을 사람은 개인파산제로 가도록 하는 엄격한 원칙 적용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자기 소득 범위에서 소비토록 하는 경제교육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동민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팀장은 "기존 신용불량자는 개인워크아웃으로 최대한 갱생토록 하는 동시에 추가적인 신용불량자가 생기지 않도록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론 경기를 회복시켜 신용불량자들의 소득을 늘려주는게 최선책이란 지적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