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申相民 칼럼] 왜 불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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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난동자를 엄벌하라는 대통령 지시와 공무원노조·전교조 파업(집단연가) 움직임을 같은 날짜 지면에서 보는 느낌은 착잡하다.
철도노조 화물연대 선례를 되새기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불법집단행동을 엄히 다스리겠다는 정부의 경고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이런 꼴이 되풀이돼도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고 경제가 탈없이 굴러갈 수 있는 것인지,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하기만 하다.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움직임은 한마디로 정부를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말이 좋아 집단연가지 그것이 불법파업일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국가공무원법까지 개정해 합법적인 존재로 인정해주겠다는데도 단체행동권까지 요구하며 또 불법파업에 나설 채비인데,만약 그들 요구대로 단체행동도 허용해주면 과연 어떤 꼴이 빚어질까.
전교조도 마찬가지다.
문제의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 관련 전교조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는 다음다음 문제다.
만보를 양보해서 그들의 주장이 1백% 옳다고 하더라도 이를 관철하기 위해 불법파업을 벌이는 것이 용납될 수 있을까.
'절차상의 합법'에는 애당초 관심조차 갖지 않는 듯한 행동이 과연 교육자다운 일인지,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일이 이 지경까지 왔을까.
이런 시각 저런 풀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지금과 같은 집단행동 만능시대가 언제까지나 이어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철도파업에 화물연대가 이어지고 공무원파업에 민간기업 불법쟁의가 뒤따르게 되면 정부도 결국 언젠가는 '단안'을 내릴 수밖에 다른 대응방법은 없다.
정말 엄중한 사법처리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은 자명하고,그 대상자 수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늘어날 것 또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이런 꼴이 됐을 때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정부에 있다.
말로만 엄정 대응하겠다면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어려운 지경에 빠뜨리는 것.그것은 한마디로 포퓰리즘의 재앙이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국민경제가 치러야 할 비용이 엄청날 것은 물론이고 그 후유증이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져 남미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법과 원칙'이 수사(修辭)에 그쳐서는 안된다.
경제에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게 불확실성이라는 얘기가 있지만,믿을 수 없는 행정으로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어렵다.
'부산으로 간다'는 고위당국자의 말을 신의주로 갈 모양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않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올들어 경제상황이 급격히 나빠진데는 이른바 '불확실성의 증대'가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북한핵 이라크전쟁 등 대외적 요인에 정부정책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풀이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안은 따지고보면 말에 대한 '불신감'때문에 더욱 가중된 느낌이 두드러진다.
인수위 시절에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없는 추상적인 얘기들이 절제없이 나와 기업불안을 증폭시켰지만 새 정부 들어서도 문제가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만 해도 그렇다.
북한핵 주한미군문제 등을 둘러싼 한·미간 불협화음을 해소시킨 듯한 미국방문시 발언과 귀국후 해명은 듣기에 따라서는 배치되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저자세 굴욕외교'라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비판론이 제기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하다보니 그랬겠지만,어쨌든 대통령의 선택이 무엇인지 불분명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감이 짙다.
최근들어 정부고위관계자들이 취임초기와는 달리 친기업적 언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매우 평가할 만하다.
'불법파업도 불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등 꼭 필요하지도 않은 말까지 해가며 노조편향적 정책을 들고나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어쩌면 책임감을 가져야 할 자리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말이 갖는 무게를 본인이 제대로 의식하고 있는지 아직도 의문스러운 때가 여전히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책당국자의 말은 명확하고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분명한 목표,구체적인 수단이 요체겠지만 정책당국자의 선택 또한 확실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