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는 대구시청의 김병규 자원봉사과장이 보낸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삼성에 드리는 감사의 글'로 시작된 이 편지는 "대구지하철 참사 후 물결처럼 밀려든 자원봉사의 중심에 삼성이 있어서 시민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감사의 내용이었다. 큰 어려움에 처한 대구를 위로하기 위한 삼성측의 기민한 지원활동을 복구 현장에서 생생히 체험한 고마움을 담았다. 실제로 삼성 임직원들은 대구 지하철 사고 이후 두 달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해자 유족 등 수만명에게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고 환경 정화에도 나서 주위의 칭송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제일모직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계열사 임직원과 주부봉사단 등 4천여명이 밤낮없는 지원활동을 벌였다. 삼성은 또 성금으로 50억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화재사고 직후 응급 구조활동을 위해 자체 운영중인 3119 구조대를 투입했으며 사고 여파로 시민주 공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구시민프로축구단에 30억원을 후원했다. 삼성의 열성적인 지원 활동은 상용차 공장 폐쇄 등으로 악화됐던 대구에서의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삼성은 5백억원을 투자, 현재 북구 침산동 제일모직 부지(2천5백평)에 1천5백석 규모의 예술의 전당을 짓고 있다.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이 오페라하우스가 내달 준공되면 문화를 일구는 삼성의 이미지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대구시는 삼성의 지역 기여에 화답하는 차원에서 이 예술의 전당 이름을 '호암 오페라하우스'로 명명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삼성의 극구 사양으로 '대구 오페라하우스'로 이름을 붙이는 대신 인근 도로를 '제일모직로'로 하기로 했다. 삼성은 또 오는 8월 대구에서 열리는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휘장사업자로 참여해 선수촌 아파트 전 가구에 에어컨을 무상으로 설치해줄 계획이다. 약 7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삼성라이온즈도 매년 대구지역의 초ㆍ중ㆍ고생을 대상으로 삼성기 야구대회를 개최하고 아마추어야구 후원금으로 1천5백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