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산업정책 봇물…교통정리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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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정부의 산업과학기술 정책을 따라가다 보면 정신분열증에 걸릴 지경입니다."
강성철 대구시 과학기술진흥실장은 중앙 정부의 정책이 정해지면 지방자치단체로선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정책이 여러 부처에서 중복돼 추진되는 까닭에 너무 혼란스럽다고 호소했다.
실제로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경제특구 문제만 하더라도 각 부처가 추진중인 특구 관련 정책은 경제자유구역과 관세자유구역, 산업클러스터, 과학기술특구, 관광특구 등 5가지를 넘는다.
산업 클러스트도 IT(정통부), 바이오(산자부), 문화산업클러스터(문광부) 등으로 나눠 추진됨으로써 혼란을 더하고 있다.
지역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거점육성사업은 지역연구센터(RRC 과기부), 기술혁신센터(TIC 산자부), 테크노파크(산자부), BK21(교육부) 등 몇개인지 정확히 모를 정도다.
여기에 지원되는 자금도 산자부 중기청 과기부 건교부 재경부 등으로 나뉘어 있어 한정된 인력의 지자체로서는 자료 수집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공래 박사는 "이런 상황에선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사업 내용을 결정할 수 없다"며 "일단 예산만 확보하면 된다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 낭비는 물론 효율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 경우 정부 지원책에 맞추다 보니 생산시설만 존재하고 연구시설 투자는 전무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6천억원이 투입된 밀라노 프로젝트의 경우 중앙 정부의 결정에 대해 대구시가 일단 일을 벌이고 보자는 식으로 대처하면서 결과적으로 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키우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정부가 7천여억원을 투자한 충북 청원군 오창과학산업단지는 분양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광주시 광산구 평동 외국인기업 전용단지는 가동중인 업체가 3∼4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충남 대덕연구단지도 연구시설만 많이 들어서고 생산시설이 유치되지 않아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비효율성에 대해 책임지는 부처는 없다.
또 한가지 사업에 여러 부처의 예산이 투입되지만 사업평가 때에는 사업 전체 성과가 개개 부처마다 자신의 실적으로 잡히면서 엄청난 거품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대 이장우 교수는 "정부가 최근 경제특구제를 통합하고 세제혜택이나 규제완화를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조정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수요자인 지자체에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