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가 20일 미 달러화를 대량 매각하고 있다고 폭탄 발언,국제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집중 매각,영국 중앙은행의 무릎을 꿇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이날 미국 CNBC방송에 출연,"미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이를 매각하고,그 대신 유로화와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달러화 및 금을 사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헤지펀드업계의 대부로 1백15억달러 규모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SFM)를 운영 중인 소로스는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정책에서 벗어나 달러약세를 유도하고 있는 것은 실수"라며 스노 장관의 말을 듣고 달러화에 대해 매도 포지션(숏포지션)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노 장관의 달러하락 유도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지적하는 등 신랄하게 비판했다. 소로스의 발언 후 달러가치는 뉴욕시장에서 전날(유로당 1.1657달러)보다 크게 낮은 1.1738달러로 떨어졌다. 달러 급락세는 21일 도쿄시장으로 이어져 장중 내내 유로당 1.17달러선에서 움직이면서 사상최저인 1.18달러선을 위협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전날 달러당 1백17엔대에서 1백16엔대로 내려 앉았다. 투자내용 공개를 금기시하는 헤지펀드의 속성과 달리 소로스가 이처럼 달러화 매각사실을 공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과 CNN머니는 "스노 장관의 달러약세 유도정책을 경고하기 위해 소로스가 달러매각 사실을 공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소로스는 11년 전 영국 경제상황에 비해 파운드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며 대거 매도,파운드화 위기사태를 유발시켰다. 그 당시 영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 중 수십억달러를 동원해 파운드화를 사들이는 시장개입으로 소로스의 공격에 대항했지만 파운드화 가치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힘이 부친 영국은 소로스의 공격에 항복,유럽연합(EU)회원국은 모두 자국의 통화가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규정돼 있는 유럽 환율안정제도(ERM)에서 탈퇴해야 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