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세계 최고연봉' CEO] 데이비드 코트 <하니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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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연봉의 CEO 두 명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했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회장과 하니웰의 데이비드 코트 회장은 각각 21일과 20일 서울에 도착, 한국내 사업을 점검했다.
이들은 초일류기업의 전문경영인이자 최고의 거액연봉자라는 특징 외에도 한 직장(GE)에 근무하면서 '경영혁신의 전도사'인 잭 웰치 전 GE 회장의 경영 노하우를 체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 두 CEO는 각각 전용기로 내한한 뒤 같은 호텔에 머물며 한국 재계 총수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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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CEO가 20일 한국을 찾았다.
주인공은 항공방위산업 업체인 하니웰의 데이비드 코트 회장(49).
미국 리서치업체인 에퀼라에 따르면 지난해 코트 회장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6천8백50만달러(약 8백50억원).
경영 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이가운데 80% 정도가 하니웰이 그를 스카우트하는데 들인 비용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지난해 최고 연봉의 CEO로 꼽았다.
코트 회장은 당초 아시아현지법인 투어로 중국과 일본을 방문하려 했으나 사스로 인해 중국 대신 한국으로 발길을 돌려 이틀간 한국에 머물며 재계 인사들을 만난 뒤 21일 출국했다.
◆ '하루에 2억원씩 번다'
하니웰은 지난해 코트 회장을 영입하는데 현금 5백만달러와 향후 10년에 걸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합쳐 총 6천5백만달러를 들였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돈이 2억원을 넘은 셈이다.
그러나 21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직원 행사에 나타난 코트 회장의 첫 인상은 '8백억원'의 이미지와 달리 검소한 편이었다.
블루 셔츠에 붉은 색 넥타이를 맨 모습은 평범한 샐러리맨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많은 연봉이 부담이 되지는 않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언론에서 떠드는만큼 많이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코트 회장은 "미국에서는 주가가 폭락한 뒤 언론에서 감정적으로 고액 연봉 CEO들에 대한 반감을 조성했다"며 "내 연봉의 40%가 스톡옵션인데 주가가 떨어진 만큼 내 스톡옵션도 물거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직장에서 받기로 했던 돈을 포기하고 옮기는 것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연봉은 그 부분을 대체하는 부분으로 이해해 달라"며 "알려진 액수보다 봉급이 적다고 죄인처럼 사죄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 화려한 경력
코트 회장은 지난해 6월 로렌스 보시디 전 회장이 은퇴하면서 하니웰의 새 회장 겸 CEO로 선임됐다.
뉴햄프셔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GE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지난 99년 항공우주기기.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TRW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GE시절 재무 생산 마케팅 전략기획 등 핵심요직을 거쳤으며 잭 웰치 전 회장의 신임을 얻어 96년 GE백색가전 부문 CEO까지 오르기도 했다.
코트 회장이 하니웰로 옮기게 된 것은 같은 GE 출신인 보시디 전 회장과의 깊은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잭 웰치 전 GE회장 아래서 함께 일하면서 그의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코트 회장은 현재 국가안전정보통신위원회 자문단 소속으로 부시 행정부에 정보통신 기술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 강한 추진력의 경영 스타일
코트 회장은 추진력이 매우 강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GE 인사담당 책임자이자 오랜 친구인 빌 코내티는 코트 회장에 대해 "추진력이 매우 뛰어나고 동기 유발이 강하고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스타일"이라고 평한다.
GE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인 만큼 GE경영자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실천 중심의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코트 회장의 영입을 결정한 뒤 보시디 전 회장은 "코트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기업을 운영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경영자"라며 "GE와 TRW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하니웰을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그에 대한 두터운 신임을 비쳤다.
TRW 시절에는 경비 절감과 항공 방위산업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부하직원들을 철저히 관리하기로도 유명한 인물.
큰 체격에 다혈질적인 측면도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 '와일드 코요테'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 고합 당진공장 인수
코트 회장은 1박2일이라는 짧은 방한 기간 동안 박삼구 금호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김갑렬 LG건설 사장 등을 차례로 만나 협력관계를 다졌다.
특히 고합의 당진 나일론 필름 인수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이웅열 회장과는 향후 화섬 분야에 있어서의 협력 방안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첫날에는 함께 온 부인 아들과 남대문, 인사동을 관광했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내 급여로 한국 경제에 적잖은 기여를 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김홍열.김미리 기자 comeon@hankyung.com